매일신문

워킹우먼-백화점 디스플레이어 정명주씨

정명주씨는 화성산업 동아백화점의 경력 2년 된 디스플레이어다. 그는 계절이 바뀔 무렵,혹은 어린이날이나 성탄절 등에 맞춰 쇼윈도를 연출하는 사람이다.

매장 바깥의 쇼윈도뿐만 아니라 매장 내에도 꾸며야 할 공간은 많다. 각 브랜드 매장 공간과 고객들이 지나 다니는 동선을 제외한 여백은 몽땅 그녀가 그려 넣어야 할 공간.

계절에 어울리게, 손님의 기분에 어울리게, 특정한 상품뿐만 아니라 백화점의 이미지도 고려해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님의 구매욕구를 자연스럽게 자극할 수 있도록 꾸며야 한다는 것. 물론 특별한 행사 땐 그 행사에 맞는 컨셉을 구상할 줄 알아야 한다.

쇼핑몰 디스플레이어는 흔치 않은 직업이다. 그런 탓에 무심한 행인의 눈에 쇼윈도를 꾸미는 디스플레이어는 멋있게 보인다.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끄는 작업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행인의 눈일 때 이야기.

정명주씨는 동아 쇼핑점, 본점, 수성점을 주로 맡고 있지만 칠곡점, 구미점, 델타클럽, 델타마트의 디스플레이까지 도맡아 처리한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게다가 그저 마네킹에다 옷을 걸치기만 해서 될 일도 아니다.

계절은 물론이고 유행파악, 컨셉 결정, 연출 등 쇼윈도 디스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은 태산이다. 그러니 멋있게 보일는지 몰라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역시 고객들이 쇼윈도에 연출된 상품과 소품을 찾을 때. 별로 어울리지 않는 듯 한데 굳이 그 연출에 몸을 맞추려는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러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동시에 생긴다.

그럼, 기분이 엉망일 때는? 열심히 연구하고 짜냈는데 간부나 대선배들이 지나는 말로 "그거 너무 튀지 않아? 좀 무난하게 바꾸는 게 어때?"할 때. 물론 가장 엉망인 기분이 들 때는 열심히 했는데도 고객의 반응이 신통치 않거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을 때이다.

정명주씨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스플레이어가 되는데 특별한 자격증은 필요없어요. 재능이 있어야 하고 열정이 넘쳐야 합니다. 무엇보다 체력이 우선이죠. 돌아다녀야 할 곳도 많고 야간 작업도 많답니다". 정씨는 디스플레이 작업에 또 하나 부록처럼 붙는 것이 대행업체 사람들과의 입씨름이라고 덧붙인다.

이랬다저랬다 마음에 들 때까지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쇼핑몰 디스플레이는 1년에 4,5번. 그리고 특별한 행사 때마다 행사 공간에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생겼다가 사라진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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