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컨설턴트. 아직까지 대구에서는 생소한 직종이다. 지역 유일의 여행컨설턴트인 권영길(35)씨는 국내 웬만한 관광지는 손금 들여다보듯 훤한 여행 전문가다. 한달에 20일 이상 고객들과 함께 투어에 오르는 고단한 일이지만 그는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이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여행 코스와 일정을 면밀히 기획해 독특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권씨의 일이다. 현지의 다양한 정보는 필수. 여행을 좋아해 학창시절부터 10년 가까이 전국 방방곡곡을 부지런히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맞에 맞는 상품을 기획, 우리의 여행문화를 변화시키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행컨설턴트로 나서기 전 권씨는 계명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방송국 문화센터에서 문화강좌 기획업무를 보았다.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훨훨 자유롭게 나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답답한 사무실이 성에 찰리 만무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로 몇 년을 보내다 1995년 그는 자유를 선언했다.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평소 꼭 해보고 싶던 여행기획사를 차렸다. 이렇게 만든 (주)여행촌레저투어(053-652-0779)는 그의 생활터전이며 여행컨설턴트는 그의 천직이다.
그가 알아주는 여행컨설턴트로 자리매김되기까지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여행사의 일반적인 여행상품만 알고 있던 고객들의 낮은 인식으로 마음고생도 많았고 홍보도 문제였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시련이었다.
그러기를 7년. 고객이 많든 적든 그는 꾸준히 테마여행을 기획, 가이드 역할까지 도맡아 성실하게 이곳저곳을 안내하면서 조금씩 시장도 넓혀갔다. 인터넷 홈페이지(www.tour7942.com)를 통해 여행정보에 대한 각종 문의사항에 일일이 회답하는 것도 권씨의 주요 일과 중 하나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현재 확보한 회원만도 1천명에 달할 정도. 자체 기획상품과 백화점 문화센터, 생활정보지 등 외부기관의 협조 프로그램까지 한달에 10~20회의 그룹투어를 거뜬히 소화해내고 있다. 어떨 때는 전세 낸 버스가 텅텅 빌 정도지만 인식도 높아지고 고객이 조금씩 느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모른다.
그는 틀에 박힌 여행을 거부한다. 고객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곳을 골라내고, 여유있고 유익한 관광이 되도록 일정과 코스 기획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계절에 초점을 맞춘 꽃, 단풍, 눈 여행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유적지나 수목원, 섬 등 개성있는 여행코스를 짜내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여행지에서도 고객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충분한 개인시간도 배려하고, 고객들의 여론도 수렴해 다음 투어때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아직까지 수입은 변변치 않지만 고객들의 만족스런 표정과 가보고 싶은 데 편하게 갔다와서 고맙다는 인사만 있어도 그만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들도 여행지 정보를 많이 갖고 있지만 출발에서 도착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해내기란 아직은 무리. 여행기획사나 여행컨설턴트가 일정과 숙박, 교통편 등 세부사항을 대신해주는 역할을 한다.
서울지역도 몇해전만해도 여행기획사는 불과 2, 3군데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행컨설턴트와 기획사들이 점차 늘면서 이제는 단체여행하면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거의 정착단계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에게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여행컨설턴트의 매력"이라고 말한 권씨는 여행경비 등을 고려, 거의 당일코스가 대부분이지만 바쁜 직장인들이 시간을 쪼개 떠나는 여행이 알차도록 토요일 밤늦게 출발해 돌아오는 무박 2일 코스도 개발해 선보여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젊은 직장여성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여행컨설턴트의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고백한 권씨는 20대 젊은이들이 이 일에 매력을 느껴 배워보겠다고 도전하지만 자기시간을 많이 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배우다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며 여행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한번 시도해볼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 섬 여행을 꿈꾼다. 우리나라의 각지에 산재해 있는 450개의 유인도를 포함 3천여개의 섬은 좋은 여행자원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추억에 남는 섬 여행이 되도록 상품을 기획하고 코스를 개발하는데 요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현재 분기별로 여행 정보를 담은 소식지를 발간, 회원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언젠가 여행전문잡지를 창간, 여행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싶다는 그의 포부에서 우리 여행문화가 한층 성숙해지는 느낌이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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