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거래에 관한 한 물샐 틈 없어야할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금전사고가 빈발한다는 것은 금융계의 신뢰도 상실 차원을 넘어 사회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회계부정사건으로 미국의 국가 신뢰도가 먹칠이 되듯 자본주의에서 금융사고는 사회 신용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우증권에서 발생한 법인계좌 도용사고는 유례없는 '사이버 사기극'으로 온라인 증권매매 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범인은 PC방에서 대우증권과 거래 중인 현대투신운용의 비밀번호를 미리 알아 오프라인 계좌를 온라인으로 등록해 달라고 요구, 거래를 튼 뒤 90초만에 델타정보통신 500만주 258억원어치를 사자는 주문을 내고 사라졌다.
일개 범인의 '지능'에 한 금융기관이 이렇게 완벽하게 당했으니 전체 주식거래의 50%를 넘는 온라인 매매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뒤늦게 일부 투신사는 온라인으로 개설된 증권계좌를 폐쇄하고 금감원은 관리 책임자 엄중 문책, 해킹 방지 등 보안책 마련에 나섰지만 그야말로 '사후 약방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몇 달만에 해당 주식이 5배나 폭등하는 등 이상 징조를 보였는데도 이같은 불상사에 전혀 대비하지 못한 것은 금융기관 보안시스템에 한계를 보인 것이나 다름없다.
정보통신산업의 발달로 금융사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 과거 수기(手記) 범죄는 그야말로 애교에 불과할 정도다. 은행 계약직 여직원이 컴퓨터를 조작, 18억3천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달아나는가 하면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돈 47억여원을 빼내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24일에는 새마을금고 여직원이 고객과 금고돈 28억원을 유용했는데 더욱 가관인 것은 6년에 걸쳐 거액을 빼냈는데도 최근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니 이런 허술한 금융 시스템으로 어떻게 '신용사회'를 이끌어갈지 심히 의문이다.
금융사고의 빈발은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있다는 증거다. 99년부터 올해 6월말까지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금융사고는 모두 1천55건, 사고금액은 8천3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어지간한 사고는 쉬쉬하면서 자체 수습하는 금융관행으로 볼 때 금감원에 보고된 사고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금융은 자본주의의 동맥이다. 특히 정권 말기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편승, 금융사고의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내부 관리 감독 강화를 통한 철저한 책임 추궁만이 신뢰회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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