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美人산업' 열풍

주역(周易)에 '얼굴 단장은 음탕한 짓을 가르치는 것(冶容論淫)'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자들이 얼굴을 생긴 대로 두지 않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긴 말이다.

우리 고전에도 여성들의 '야용'과 관련한 표현들이 적지 않다. '열녀 춘향 수절가'에 나오는 기생 낙춘(落春)이 이마의 머리카락을 뽑고 온 얼굴에 맥질했다고 비꼬는가 하면, '옥단춘전'엔 기생 옥단(玉丹)을 "두 눈썹은 팔자(八字)로 다듬고"라고 비아냥대는 대목이 나온다. 말하자면 기본적인 미용술마저 비하한 셈이다.

▲성형수술이 발달한 요즘은 예뻐지고 싶은 여성들의 욕구가 하늘 높은 줄을 모르는 느낌이다. 심은하의 눈, 채림의 코, 김희선의 입, 채시라의 턱을 조합한 얼굴을 꿈꾸면서 '깜짝 변신'을 시도하는 여성들도 없지 않다고 한다.

이쯤 되면 모든 여성들이 꿈꾸는 얼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열풍 때문에 소위 '미인(美人) 산업'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모양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성장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잇단 약품.장비 승인에 힘입어 화장품과 미용성형수술 산업이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외신이 보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분(IHT)은 25일 미국 성형외과의사협회의 자료를 인용, 지난해 미국에서만 850만건의 미용성형수술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2000년에 비해 48% 증가했으며, 액수로는 70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 코 성형에 11억달러, 유방 확대 수술에 6억6천900달러, 콜라겐 주사엔 2억6천500달러가 들어갔다.

▲이런 추세는 미국뿐 아니다. 지난해 미용성형 시장 규모가 영국은 30%. 독일은 15%나 성장했다. 아시아에서도 매년 20%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인도에선 모발 제거 수술이 크게 유행, 이 수술에 사용되는 레이저 장비가 특수란다.

보톡스와 콜라겐, 레이저를 이용한 여드름과 모발 제거 등 이른바 '칼을 대지 않는' 미용성형이 이 산업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근육 경련 완화 목적으로 개발된 보톡스는 FDA의 주름제거제로 승인을 받아 선풍적인 인기다.

▲코 성형에 평균 354만원, 유방 확대 수술엔 365만원, 콜라겐 주사를 한 번 맞는 데는 40만원 정도가 드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강남 일대에선 "장관 만나기보다 성형외과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큰 돈을 들여서라도 외모 콤플렉스를 없애겠다는 데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는 세태다.

하지만 멀쩡한 몸에 손을 대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젠 미모의 얼굴을 만나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니, 해도 너무한 '야용'이 아닐는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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