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의 도약 옌타이-(하)기업성공 전략.사례

◆중국에서의 성공전략

값싼 노동력, 싼 땅값, 넓은 소비시장 만을 믿고 사전준비를 소홀히 한 채 진출했다간 쉽게 무너지고 마는 곳이 바로 중국땅이다.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실패는 대부분이 지나친 시장논리 집착, 회사관리 부실, 마케팅전략 실패, 합작파트너 선택 잘못 등에 있다.

흔히 중국에서는 법과 규정보다는 사람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중국진출을 꿈꾸고 있는 한국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에선 관시(關係)를 통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맞지도 틀리지도 않는 말. 관시를 무시할 순 없지만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필수조건도 아니다. 중국에서 관시는 일종의 인맥이요, 사업상 필요한 네트워크다. 아직 기업설립이나 상거래관련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아 법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 때 관시를 통하면 덕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옌타이의 한국기업인 남도무역 이영승 사장은 "한 사람이 아닌 실무자에서부터 고위직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과 골고루 유대관계를 잘 해야 한다. 원칙을 무시한 상태에서 한 두 사람 안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사업성공을 위해 무엇보다도 우선되는 조건은 언어무장. 통역을 통하면 예민한 부문에서 의미전달이 제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아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조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만 중국에서는 개인이 업무를 전담해야 한다. 옌타이대우중공업 채규전 사장은 "중국진출과 성공을 위해서는 말이 기본이며, 사업관련 법규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목표 소비자층에 맞는 브랜드 전략을 짜야한다. 대구가톨릭대 신주식(중국학) 교수는 "중국에서의 사업은 업종선택이 성패를 가르며 무엇보다도 소비층을 확실히 정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며 "중국은 넓기 때문에 누가 선점하려고 해도 도저히 선점할 수 없는 시장으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성공기업=대우중공업은 중국에 진출, 성공한 대표 기업이다. 1994년 8천321만달러를 단독투자, 옌타이에 진출한 한국기업으론 최대 규모인 대우중공업은 작년말 기준으로 굴착기 5천대 판매기록을 세우는 등 최근 2년간 중국 굴착기 시장점유율 1위(22%)를 달리고 있다. 공장과 영업점을 포함, 750명의 직원중 한국인은 사장(총경리)을 포함 28명에 불과하다.

처음엔 생산한 굴착기를 한국 등 동남아로 전량 수출했지만 97년 우리나라가 IMF 체제에 접어드는 등 아시아에 외환위기가 닥치자 중국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중국의 굴착기시장은 미국의 캐터필러와 일본의 히타치 등이 주름잡고 있었다. 여기에 대우중공업이 '외상판매'라는 모험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

하지만 제품값의 50%를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1년간 분할 상환토록하는 사업방식은 회사수익을 크게 악화시킬 수도 있었다.

또 대당 100만위안(1억6천여만원)이 넘는 굴착기를 현금판매만 하는 방식으로는 기존 시장의 벽을 뚫는데 한계가 있었다.

고심 끝에 채권회수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 현지 은행, 보험회사와 연계한 소비자대출 방식 할부 판매체제를 구축했고 이같은 판매방식은 적중했다.

이후 대우굴착기는 중국시장 점유행진을 가속화, 동종업계의 쟁쟁한 외국기업들을 제치고 중국내 1위 기업으로 당당히 서면서 중국에서 외상거래로 성공한 보기드문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대우중공업은 이 제도 도입 후 중국전역에 14개 지사와 85개 대리점 등 영업망을 통해 대리상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제품판매는 물론 애프터서비스와 부품판매까지 맡겨 판매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는 연간 굴착기 1천900대, 지게차 650대, 엔진 및 부품 30만대를 생산하는 옌타이시 최대 외자투자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올들어 현재까지 1천500명 이상이 다녀가는 등 옌타이에 투자하려는 기업인들에게 대표적인 견학코스가 되고 있다. 대우중공업은 합자가 아닌 단독법인으로 옌타이에 진출, 성공한 케이스.

단독법인의 경우 경영.인사권을 독자적으로 보유, 파트너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지만 문제 발생시 독자 해결해야 하고 초기 내수시장 진출시 어려움이 있는 등 단점도 있다.

하지만 대우는 이같은 약점 해소를 위해 중국인들을 관리직에 기용하고 직원들에게 한국기업이 아닌 중국기업으로 생각토록 교육했다.

실제로 직원의 98%가 중국인이다. 결과 어려운 문제는 술술 풀려나갔다. 외환위기 당시 본사로부터의 자금지원이 어렵게 되자 옌타이시정부가 나서 대출 알선, 부품수입에 따른 관세납부 연기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채규전(53) 사장은 "중국에서 장사를 하려면 중국사람들을 믿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모험을 한 결과 중국인의 신용을 확인했고 성공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50년 계획으로 서부지역을 개발하는 대역사를 시작, 대우중공업은 무한의 중국 굴착기 시장의 선두자리를 구축할 수 있을 가능성을 안고 있다.

또 다른 한국 투자기업으론 통신.가전.IT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옌타이 코넥스전자 유한공사. 청호전자통신(주)이 지난 92년 212만 달러를 투자, 설립한 회사로 작년 산둥성의 고신기술투자회사와 합작을 추진, 총 투자액이 3천140만달러로 늘었다. 올해 3천만달러, 2003년 5천만 달러, 오는 2004년 7천만달러, 2005년 1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체직원 900명 중 기술지도원 5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중국인이다. 100원을 벌면 절반은 중국인들에게 되돌려준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운영했고 관청과의 관계와 회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중국인을 회계책임자로 채용, 세무.감사관련 업무를 맡겼다.

이처럼 대중국인 신뢰, 투명경영을 하자 시정부도 스스로 애로사항을 청취, 해결해 주려하고 있다고 송충규(58) 사장은 말한다.

작년부터 현금자동출납기(ATM)를 생산, 한국의 은행에 공급하고 있는 코넥스는 소재지의 내산구청의 주선으로 산둥성정부가 출자한 현지기업(1천275만달러 투자)과 합작, 중국 진출 한국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중국 증권시장 상장(내년 하반기 목표)의 꿈을 노리고 실무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지역에서 진출한 기업으로는 모평구의 세림전자가 유일하다. LG전자 현지법인 설립과 함께 지난 96년 구미에서 옮겨와 연간 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골프도 산업이다=국내 골프붐을 반영하듯 골프관광을 목적으로 옌타이시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대한항공 대구~옌타이간 여객기에는 골프클럽을 든 승객들이 수두룩하다.

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곳곳에 골프장이다. 옌타이시에도 산둥남산(27홀), 연태(18홀), 해양욱보국제골프클럽(18홀) 등 3개의 골프장이 있다. 최근에는 대구를 포함한 한국의 골퍼들이 늘면서 시정부가 나서서 골프장 확장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3박4일 숙식에다 골프를 치는데 드는 비용이 한국돈으로 70만원선이어서 우리나라에서 부킹을 못하는 소외족들이 주로 이곳을 찾고 있다.

이밖의 관광지로는 10년마다 바다에 신기루가 나타나는 곳으로 유명한 중국 4대 명각중 하나의 A4급 관광구인 봉래각이 있다.

아울러 우리가 즐겨먹는 중국음식들이 바로 이곳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을 알면 음식맛도 더 할 것이다. 대구시내에서 중국 음식점을 하는 중국인의 상당수가 이곳 출신이라고 한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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