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원 세일즈맨 된 '사모님'

병.의원들의 환자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시내버스 안내방송이나 대중매체를 이용한 광고, 건강강좌 등은 이미 고전적 홍보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고 최근에는 음악회나 일반인 대상 세미나, 홍보맨 동원 등 다양한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원장 사모님들'의 맹활약.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즐겨왔던 원장 부인들이 개원의사들의 증가로인해 경쟁이 심해지자 병.의원 안팎에서 환자 유치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대구시 중구 피부과 원장 부인 이모(35)씨의 하루 일정은 빡빡하다. 한 주에 2, 3일은 동창회, 계모임 등 각종 모임과 경.조사에 참석하고 일요일에는 한동안 다니지 않았던 교회에도 나간다. 이 뿐이 아니다. 연락이 끊겼던 동창, 평소 소원하게 지냈던 친구들까지 찾아다니며 병원 홍보를 하느라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

이씨는 피부과에서 하는 각종 필링(박피술) 및 제모 방법의 장.단점, 새로 도입한 의료기계의 특징 등을 달달 외우다 시피해 병원의 베테랑 직원을 뺨칠 수준이다.

중구의 산부인과 원장 부인 김모(38)씨. 그녀는 남편의 병원 기획실장 일을 하면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 남편을 내조하고 있다. 임신부를 위한 각종 강좌는 물론 적절한 시기에 세미나 등 각종 행사를 마련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성구 매호동의 ㅍ산부인과병원은 9월1일 어린이회관에서 임신부를 대상으로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무료 '태교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태교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점에 착안해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임신부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병원으로서도 많은 홍보 효과를 얻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구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환자 유치를 위해 최근 30대 젊은 의사를 초빙했다. 40대인 원장이 환자층의 다수를 이루는 20대 여성, 특히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상대하기엔 버겁다(?)는 판단 때문.

일부 성형외과, 비만클리닉, 피부과 의원 등에서는 환자 유치를 위해 단골 유흥업소의 '마담'을 홍보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의 한 병원 원장은 "대구 의료계는 다른 지역보다 보수적이고 윤리성을 강조하는 측면이 많아 병.의원간 상업적 경쟁이 자제돼 왔으나 최근들어 이같은 전통이 깨어지고 있다"고 아쉬워 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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