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가 국보로 지정된다고 한다. 초판본이 아니라 후대의 판각본이기는 하지만 그 중의 귀중한 자료인 일부는 국보로, 또 다른 일부는 보물로 지정 예고되었다.
평소 삼국유사에 대해 각별한 애정이 있었던지라 늦은 감이 있지만 비로소 그 지닌바 가치를 대접받는 것 같아 내 자신의 일이 성취된 것처럼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더불어 현존하는 한국 고대 사적의 쌍벽으로 평가되지만 삼국사기에 비해 그동안 저평가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평가는 삼국사기의 기록을 역사적 사실로 삼국유사의 기록을 당시의 전설과 설화를 수록한 설화집으로 치부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성과는 비록 설화나 전설로 포장하고 있지만 철저하게 그 당시 지배계급의 관점으로 역사를 서술한 삼국사기에 비해 삼국유사는 일반 백성의 입장 그 가운데서도 생활상으로부터 역사를 유추하여 기록하는 형식을 취하고있는 또 다른 서술형식을 띤 역사서임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삼국유사를 통해 고조선의 역사 등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유교적 사고 또는 사대주의 사상으로 말미암아 누락시켰거나 혹은 누락되었다고 보이는 고기(古記)의 기록들을 볼 수 있고 전설 설화의 형식으로나마 당시의 민속과사상·신앙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소중한 기록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내가 삼국유사를 중시하고 즐겨 찾는 이유는 역사적 평가와는 무관한 다른 역사서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이있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에는 인간의 사랑과 고뇌, 그리고 신과 자연에 관한 많은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있고 그 작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면 그 속에 우주를 담을 만큼 큰 감동이 있다.
당대의 선지식으로 이름 높았던 성철 스님이 삼국유사를 우리 민족만이 아니라 인간사의 소중한 유산으로 평가하고 이를 서술한 일연선사를 눈 밝은 선지식으로 칭송하였던 것도 삼국유사에서 인간사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는 보편성을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삼국유사를 읽으면 아름다운 시대가 보인다. 그것이 바로 내가 '삼국유사'를 다시 돌아보는 연유이다.
동화사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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