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이 선망하는 도시 파리. 그곳 화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을까. 파리의 화가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작품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소나무협회를 아십니까?'
전세계에서 몰려든 수천의 화가들이 북적대는 미술의 본고장 파리. 파리근교 이시-레-물리노(issy-les-moulinaux)시에 위치한 '소나무(artsenal)협회'는 한국 작가들의 아틀리에가 대거 들어 있는 곳이다. 이곳에 가면 한국작가들의 힘과 역량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전철RER을 타고 이시역에서 내려 북쪽으로 100m쯤 걸어가면 교각 아치 아래에 반원형 모양의 첨단 건물이 줄지어 서 있다. 이곳이 바로 '파리의 한국 작가촌'으로 불리는 소나무다. 건물 9개가 교각을 따라 연이어 서 있고, 한 건물마다 3층으로 나뉘어져 아틀리에가 들어 있었다.
교각 위에는 베르사유를 오가는 전철이 가끔씩 '덜컹 덜컹'거리며 지나는 모습이 무척 한가롭다. 대낮에도 인적이 끊기던 우범지대였지만, 교각 아치를 이용해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절묘하게 바꾸어 놓은 시당국의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이곳에 입주한 한국화가는 모두 9명. 이시-레-물리노시가 올해 2월 800만프랑(14억원)을 들여 건물을 완공한 후 화가들을 선정해 분양했다.
화가 곽수영(48)씨는 "장소를 옮기는 바람에 한국 작가들의 숫자가 크게 줄어 한국색이 다소 퇴색된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실 소나무협회는 그곳에서 2km쯤 떨어진 가리발디 거리에 위치한 아틀리에가 모태다. 91년 권순철 이영배씨가 국방부 소유의 탱크공장 부지를 빌려 작업실을 만들면서 파리의 명물이 됐고, 올초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철거되기까지 10여개국 작가 47명이 입주해 공동작업, 그룹활동을 활발하게 벌였다.
그중 한국 작가가 18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 모든 활동을 주도하다 시피 했다. 올해 2월 한국작가 9명만 이곳으로 옮겨오고, 나머지는 다른 곳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화가 권순철(58)씨는 "새로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여러가지 활동을 계획중"이라면서 "10년간 닦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소나무협회'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먼저 오는 9월 13일부터 3일동안 '아틀리에 공개행사'를 열고, 시민들과 함께 작업공개.전시.판매.토론 등을 하기로 했다.
화가 박동일(60)씨는 "비록 9명에 불과하지만 하나의 이름 아래 뭉쳐 서로의 작업을 북돋우고 한국인의 긍지를 살려가고 있다는게 자그마한 보람"이라고 말했다. 홈페이지artsenal@club-internet.fr
파리=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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