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대구를 아시아속에 오페라도시로

세계적인 오페라 하우스에는 각종 이야기거리가 숨어있다. 마치 날렵한 요트 머리부분을 겹쳐 포개 세워 놓은 것 같기도 하고,여러개의 하얀 돛단배가 바다 멀리 펼쳐져 있는 것 같기도 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자칫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1954년 호주 정부가 나라를 상징할만한 대표 건축물을 만들어내려는 프로젝트를 공모하자 덴마크의 무명건축가 요른 웃존(Jorn Utzon)이 희안한 작품을 응모했다. 건축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심사위원 대부분은 "뭐, 저 따위로 생겼어?"라는 냉담한 평가와 함께 웃존의 작품을 쓰레기통으로 처박아버렸다.

그러나 한 심사위원이 비록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웃존의 오페라하우스 청사진을 쓰레기통에서끄집어내 당선작으로 확정했다. 이로써 호주는 20세기 10대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명물을 간직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웃존의 설계도면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짓는게 더 쉬울 것"이라는 혹평을 들을 정도로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어려움도 영국의 구조설계팀이 '부챗살 공법'이라는 특수엔지니어링기법을 개발하면서 해소됐고, 완공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꺼지지 않는 오페라 신전

이름없는 한 젊은 건축가의 다소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창의성을 과감하게 받아들인 결과가 시드니를 세계적인 오페라 도시로 도약시키면서 문화경쟁력을 크게 높여준 것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한 무명건축가의 창의성을 과감하게 채택해서 성공한 사례라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일명 메트)는 경영창의성이 단연 돋보이는 곳이다. 올해로 116년이 된 메트는 물론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관람석 골고루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뛰어난 음향효과를 지녔는데, 한국의 조수미와 신영옥도 메트 공연을 통해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추인받았다.

그러나 메트도 초창기에는 부실한 경영과 무리한 연주여행, 그리고 일부 일류 가수를 데려오는데 너무 많은 돈을 탕진하면서 만성적자에 시달렸다. 위기에 처한 메트 경영에 뛰어든 경영가 루돌프 빙이 테너 파바로티와 지휘자 카라얀 등을 잇따라 초대하면서 무대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영면에서도 길드조성과 같은 비책들이 속속 쏟아졌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의 길드는 메트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전세계 1400여개 학교에 음악과 예술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월간 오페라뉴스 발간과 오페라숍운영에 회원관리까지 맡고 있다.

이후 메트는 제임스 레바인과 앤소니 블리스와 같은 탁월한 경영자가 뒤를 이으면서 오페라 신전의 불을 꺼뜨리지 않은 신화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에서 지난 20일 오페라하우스 상량식을 가졌다.

제일모직이 시공하고 삼성물산이 건설해서 내년 3~5월에 옛날 제일모직 자리에 준공할대구오페라하우스의 현 공정은 50%. 1천5백석 규모의 공연장과 대여섯개의 대.중.소연습실, 오케스트라피트, 분장실, 무대세트보관창고, 라운지,매점, 관장실, 무대감독실 등을 갖춘 지하2층 지상 4층 연건평 5천2백평의 규모이다.

◈전문.창의성, 희생정신 필요

대구시는 10월에 제일모직으로부터 기부채납의향서를 접수하고, 내년 4월에 대구시로 부지와 건물소유권을 이전받아 2003년 5월에 개관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따라 개관준비기획단(단장 문화체육국장을 포함한 11명)을 오는 10월 출범시키고 시설물점검단(단장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을 내년 1월부터 운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대구 오페라하우스의 개관일은 아무리 늘려잡아도 채 일년이 남지 않았다. 대구가 오페라하우스 개관과 동시에 '아시아의 오페라도시'로자리잡게 할 수는 없을까.대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립오페라단이 있고, 민간오페라단도 다섯개나 활동하고 있다.

또 각 음악대학에서 매년 수백명씩 인재를 배출하고 있고, 성악과 합창의 도시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더불어 대구에는 야외음악당과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문화인프라까지 갖추었으니 아시아를 대표하는 오페라도시로 비상해도 좋지 않을까.

최미화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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