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각종 부담금 징수액이 무려 51%나 늘어났다는 것은 정상적인 조세 행정의 틀을 벗어난 준조세(準租稅)가 얼마나 남발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국회의 동의 없이 부과하는 '세금'인 부담금이 국민 감시 대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이유로 이렇게 급증했으니 국민을 여전히 '봉'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기획예산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101개 부담금 징수실적은 6조2천90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1.1% 늘어났다. 이 중 32개 부담금이 2년 동안 단 한 푼의 징수실적도 없이 이름만 걸어놓았으며 잘못 부과해 돌려준 금액만도 241억원에 달했으니'무조건 만들어 놓고 보자'는 식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얼마나 팽배했는지를 알 수 있다.
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각 부처가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준조세와 같다.개발부담금.수질개선부담금처럼 국가 예산이 돌아가지 못하는 각종 인프라 구축과 환경.문화사업에 요긴하게 쓰이고 있지만국민부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조세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법률이 아닌 대통령 훈령만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 부처마다 앞다투어 부담금을 만들다 보니 종류나 징수액이 필요 이상으로 많고, 조성이나 운영 면에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출범초부터 각종 부담금과 징수액을 줄여나가겠다는 약속은 이제 물거품이 됐다. 내년에도 문화관광부.환경부.보건복지부등에서 부담금을 신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니 그야말로 '남발'이다.
이미 각종 세금에다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기여금을 합쳐 실질적으로 수입에서 떼이는 금액인 '국민부담률'이 지난해 27.7%나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준조세인 부담금까지 급증했으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일방통행식 행정에 분노가 치민다.
부담금 신설은 최대한 억제되고 징수 규모는 최소화돼야한다. 불요불급한 것은 통폐합하고 신설에는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져야한다.부담금의 방만한 운용을 막기 위해 '부담금관리 기본법'까지 만들었지만 아직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당장은 어렵더라도 꼭 필요한 부담금은 조세화하여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부담금은 완전히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부담금도 결국 국민부담인 만큼 조세 이상으로 투명하게 처리돼야함은 말할 나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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