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총리서리의 임명 동의안 부결사태로 정국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대선을 112일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가속화되고 공무원 사회에도 동요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정치권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격한 정쟁을 예고하고 있다.
◇레임덕 가속화='권력누수(레임덕)'를 막지못한 김대중 정권은 임기말 국정운영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내각은 일손을 놓게 되고 정치권의 눈치보기가 횡행할 것이란 장탄식도 나온다. 현재로선 청와대조차 혼란을 수습할 청사진이 없는 듯하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인적 검증 시스템의 붕괴를 두고 인책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부결 직후 "하자 없다"고 큰 소리쳤던 박지원 비서실장과 신건 국정원장, 이재신 민정수석의 문책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대선을 4개월 남짓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 수뇌부의 전면교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이로 인한 청와대 리더십의 부재와 민주당의 무기력함을 어떻게 치유하느냐는 여전한 과제다. 또 당장 현실로 다가온 총리 부재에 따른 국정조정 메커니즘의 마비와 국정차질도 큰 짐이다.
◇정쟁의 서곡=장 지명자의 부결은 정쟁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처리될 예정인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두고 한나라, 민주 양당이 일전불퇴의 기세로 마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병풍공방이 대선 길목의 중요 변수로 떠오른 이상 한나라당은 해임안 단독처리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반면 민주당은 물리적 저지도 불사한다는 강경론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로 가속화될 것이 우려되는 정부조직의 동요와 한나라당의 국면전환 의도를 차단하기 위해 물리적 행동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양당의 대치곡선은 해임안을 넘어 공적자금 국정조사(9월3일~10월9일), 정기국회 국정감사(9월16일~10월5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부결 직후 병풍공방을 더욱 격화시키겠다고 호언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이 임기말 국정혼란을 야기시킬 수록 이회창 후보의 병역비리 의혹을 더욱 추궁하겠다는 기세다.
◇신당논의 확산=이번 사태이후 민주당은 신당 논의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구도에서 '탈(脫)DJ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재삼 뼈저리게 절감함에 따라 각계 신진인사를 불러 새판짜기 개편을 시도할 공산이 크게 됐다.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나 무소속 정몽준·이한동 의원의 움직임도 빨라 질 것으로 보인다. 정쟁에 환멸을 느낀 국민정서를 파고들기 위해 신당 기치를 더욱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장 지명자 부결에 자민련이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와 향후 민주당과 자민련간의 신당논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노무현 후보조차 자민련과의 합당에 부정적인 만큼 자민련의 거취는 보다 선명해졌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번 사태로 자민련은 민주당을 제외한 '반창(反昌)연대'를 택할지, 아니면 정서적 유대가 있는 한나라당과 결합할 지의 선택에 놓였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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