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 추적-숙지지 않는 학교 폭력

학교폭력으로 중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학교폭력이 관련 당국의 근절 의지에도 불구하고 숙지지 않고 있다. 없어졌다던 교내 폭력서클도 활개를 치고 있고 선량한 학생들이 이유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2학기 개학날인 지난 26일 성주 모중학교에서 김모(14·2년)군이 ㅇ모(15·3년)군 등 선배들로부터 집단구타를 당해 결국 목숨을 잃었다. 죽음의 폭력을 불러온 원인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인터넷 채팅을 하며 욕을 했다는 것이 이유.

김군은 방학 중에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여러 명이 함께 참가하는 대화방에 들어갔다. 한창 대화하던 중 ㅇ군이 들어왔고, 김군은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심코 욕을 올린 뒤 대화방을 나갔다.

당시 대화방에는 ㅇ군의 여자친구가 있었고, 결국 ㅇ군은 욕설을 한 사람이 학교 후배임을 알게 됐다. 개학일 학교 뒤 야산으로 끌려간 김군은 상급생 5명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이 학교에는 기성 폭력조직을 모방한 '일진회'가 있었고, 이번 사건 가담 학생 중 일부는 일진회 멤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머리에 염색한 것이 눈에 거슬렸다는 이유만으로 동급생 6명을 이날 학교 뒤 야산으로 불러내 집단폭행했다. 오락실의 '펀치머신'을 때리듯 일렬로 세워놓고 주먹을 휘둘러 동급생들에게 전치 2~4주의 상처를 입혔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처럼 교내에서 선량한 학생들이 폭행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지만 학교와 경찰에서는 사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것.

학교 관계자는 "일부 문제 학생들의 경우 학생·학부모를 상대로 폭력서클 가입을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고, 폭력서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경찰은 "그동안 몇차례 학교측에 교내폭력 자료를 건네줄 것을 요청했지만 학교측이 협조하지 않았다"며 "사건 발생때도 학교에 전화했지만 교사들과 제대로 연락조차 안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이같은 관계기관들의 미온적인 대처는 학교폭력으로 아까운 한 학생이 목숨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성주경찰서는 28일 뒤늦게 지역 중·고 교장 및 학생과장 회의를 갖는 등 학교폭력 근절대책에 나섰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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