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파일 이곳!-기부문화

"수표를 동봉했습니다(check enclosed)"라는 말이 영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도로시 파커라는 미국 작가는 말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비록 작은 돈이지만 기부금을 내는 일은 분명 아름다운 행위다.

우리 사회에서도 기부(寄附)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1% 나누기 운동' 등 각종 기부 운동과 캠페인이 펼쳐지는 등 선진 기부사회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대구·경북의 회사원, 공무원, 주부, 언론인, 교수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사이버공간에 만든 '함께 살기' 모임은 정기적으로 성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앞장 서고 있다.

지난해 8월 이맘때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cafe.daum.net/sarangelan)에 카페를 연 후 뜻을 같이하는 100여명의 회원들의 기부금을 모아두었다가 소년소녀가장, 양로원 등 개인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수시로 성금을 보낸다.

또 병마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수술비에 보태기도 하고, 이런저런 인연으로 취지에 동감하는 의사들은 직접 팔을 걷어붙여 무료 수술에 참여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이 모임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만해도 4, 5건. 선천성 얼굴 기형아 일규와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명준 엄마…. '함께 살기' 회원들이 보낸 온정의 손길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기부나 자원봉사 커뮤니티가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그동안 기부하고 싶어도 경로를 알지못해 망설이던 시민들이 적극 기부행렬에 동참, 개인들의 참여도가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공공복지기금단체인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접수되는 기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개인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온라인을 통해 조직적이고 공정하게 기부금 모금활동을 펴고 있는 인터넷 기부 사이트만해도 10여개. 지난해 설립된 시민기부금 모금단체인 '아름다운 재단'을 비롯 '한국이웃사랑회' '내셔널트러스트운동' '도움넷' '스몰월드' '배고픈 우리아이들돕기' 등이 대표적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우리 지역에서도 대구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각각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중이고, '1%나눔 후원운동'을 펼치고 있는 대구시종합자원봉사센터의 '도우미넷'은 후원과 자원봉사를 전문으로 안내하고 있다.

또 대구시민단체연합 온라인 기부사이트인 '기부몰닷컴'도 최근 개설돼 시민단체 활동에 관심있는 개인이 이 사이트를 통해 쇼핑할 경우 소비액의 일정 비율을 적립, 시민단체 활동기금으로 쓰이도록 제도화한 새로운 형태의 기부사이트도 선보였다.

기업의 기부문화도 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이 지난해 3월부터 추진해온 '1%클럽'운동은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회사가 거둔 경상이익의 1%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기부하는 운동으로 현재 포스코·삼성·LG·SK 등 119개 국내기업들이 가입해 있다.

이 운동은 행사성, 압력성 성금이 주류를 이루던 종래의 기업 기부방식에서 탈피, 기업의 이윤을 제도적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개인 특히 직장인의 경우 월급에서 일정액(율)을 매달 떼내 기부하는 '페이-롤 디덕션(pay-roll deduction)'에 참여하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 재단법인 '아름다운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평균 기부금은 9만8천660원.

지난해 기부금 전체 규모가 2천억달러에 달한 미국의 129만원, 영국의 18만7천200원에 비하면 크게 모자라고, 정기적인 기부자 비율도 16%에 불과해 미국의 80%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기부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금액까지 모두 합하면 개인의 기부금 액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그러나 기부문화의 정착을 위해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부금에 대해 기업은 법인세 5% 면세, 개인은 소득세 10% 감면이 전부다. 미국의 경우 개인에 대해서는 50%까지 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고, 법인도 10%의 세제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일본은 개인, 기업 구분없이 25%의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이처럼 기부에 따른 혜택이 미미해 기부문화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최근 보건복지부는 현행 기부금에 대한 혜택을 큰 폭으로 높일 방침. 또 기부금품모집규제법 등 관련 법규를 정비, 자유롭고 투명한 기부 분위기와 환경을 유도하는 등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 힘쓸 방침이다.

이같은 기부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함께 그동안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나 이재민돕기 등 일회성 행사에 그친 우리의 기부문화가 이제는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조금씩 파고 들어 언제든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부하는 등 기부 패턴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얼마전 평생 모은 270억원의 재산을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한 강태원 옹의 이야기가 매스컴을 타면서 기부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강옹의 사례는 남모르는 선행도 중요하지만 기부문화의 확산을 위해 자신을 밝힘으로써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를 한단계 성숙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대구대 사회복지학부 박태영 교수는 "과거보다 기업이나 개인들의 기부에 대한 의식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개인이나 가족단위의 기부활동이나 기부문화의 생활화를 위해 일찍부터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등 발전방향을 모색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인터넷 기부사이트

대구광역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www.dchest.or.kr

경상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www.kbchest.or.kr

아름다운재단www.beautifulfund.org

한국이웃사랑회www.yes4good.org

한국복지재단www.help.or.kr

내셔널트러스트운동www.nationaltrust.or.kr

도움넷www.doumnet.net

대구시종합자원봉사센터 도우미넷www.douminet.net

배고픈우리아이들돕기 www.hungerchild.co.kr

기아체험24시간www.famine24.net

스몰월드www.smallworld.or.kr

대구시민단체연합 온라인 기부사이트www.gibum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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