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에서-동해안 물고기 집단폐사

"추석 밑인데 이제 망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원전 때문에 우리 어민들이 또 피해를 본 것 아닙니까" "태풍까지 겹치면 큰 일입니다".

지난 16일 경북 동해안에서 적조띠가 처음 발견된 이후 29일 경주 연안에서 첫 적조피해가 발생, 돌돔과 우럭 100만마리가 집단폐사한 가운데 태풍까지 다가오자 피해 확산을 우려한 어민들은 발을 굴렀다.

비를 동반한 태풍이 닥치면 수온을 떨어뜨려 산소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도 있지만 4~6km 해상을 꽉메운 적조띠가 조류를 따라 경주연안으로 밀려올 우려도 커진 것이 때문에 가두리 양식어민들은 적조띠의 흐름변화에 눈을 떼지 못하고 밤을 보냈다.

소강.확산을 반복하던 게릴라성 적조에 첫 기습공격을 당한 감포읍 전촌리 장진수산 대표 김정구(45)씨와 오류리 이재용(38)씨는 양식장에서 한창 잘 자라던 우럭 100만마리와 돌돔 1만마리가 집단폐사하자 할말을 잃었다.

"어떻게 키운 고기들인데. 이렇게 한순간에 떼죽음 당했으니 다가오는 이번 추석이 캄캄할 뿐입니다".

적조의 기습피해에 화가 난 일부 어민들은 29일 오후 한 트럭분의 죽은 고기를 월성원전 정문 앞에 버린 뒤 "적조가 확산되는 것은 원전에서 배출하는 온배수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항의농성을 벌였다.

양식업자 한상초(50.양남면)씨는 "원전에서 배출되는 온배수가 적조 활동에 수온이 알맞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영곤 온배수피해 대책위원장은 "해가 거듭할수록 적조가 확산 되는것은 원전의 온배수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마땅히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태풍 루사가 북상함에 따라 어민들의 긴장감은 더해 가고 있다. 어민들은 "태풍이 바다 속을 휘저어 산소공급이 잘되는 긍정적 기대도 있지만 먼바다를 뒤덮은 적조띠를 해안가로 이동시켜 더 큰 피해를 낼 우려도 높다"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

경주시 김영환 어정담당은 "태풍이 닥칠 경우 바다 멀리 있는 적조가 연안으로 밀려와 대형 피해를 낼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황토살포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적조공격에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경주시 감포.양남 앞바다에서 양식에 생계를 건 어민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적조에 불안한 나날 속에 당국의 안이한 대책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어민들은 "황토살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전문가 분석과 함께 새 기술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지만 정부는 매년 연중행사처럼 되풀이 되는 적조를 퇴치하기 위한 연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집단폐사 원인규명에 나선 경주시와 해양수산청 등 합동 조사반은 "적조가 갑자기 수심 20m까지 덮쳐 생명력이 약한 치어들이 대부분 질식사했다"고 밝혔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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