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 사서(四書)의 하나로 꼽히는 '대학(大學)'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심오한 비전을 제시한다.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으로이어지는 인간의 내적 성장, 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로 연결되는 인간 자아의 외적 확장은 인간의 개인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연결시킨다. 이는 개인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를 둘로 분리시키지 않고 지속적 연장으로 보며,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이 근본적으로 하나라는 인간관이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가. '대학'이 제시하는 비전은 물론 도덕성이 크게 훼손돼 심각한 지경이다. 최근 두 총리서리 인사청문회만 보더라도,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없지 않으나, 거룩한 부름에 응하는 사람들조차 '수신'부터 안 돼 있는 느낌이었다. '대학'이 가르치는 '수신'은 그 과정 자체가 가정.국가.세계까지도 연결되는 역동적인 과정이지 않은가.
▲사회의 안정과 발전은 신뢰 관계에서 출발, 그 관계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극심한 '도덕 불감증'에 빠져 신뢰 관계가 부서진 지 오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부정부패 척결, 비리와 부조리의 발본색원을 내세웠지만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식언과 말 바꾸기, 중상과 모략, 사회 지도층의 사욕과 위선, 인간 생명을 담보로 수익을 올리는 불량식품…. 도덕성 지수를 낮추는 요인들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대학이 도덕성을 갖춘 학생에게 보증서를 주는 제도가 등장했다 한다. 원광대는 올 2학기부터 도덕성을 갖춘 학생들을 추천받아 학적부에 기록하는 '도의 실천 인증제'를 도입, 인증서를 발급하며 '덕성 장학금' 선발 대상에도 포함시킬 모양이다. 도덕성 관련 정신 훈련, 실천 방법 등덕성 훈련을 쌓는 강좌도 개설, 학생들에게 남과 더불어 사는 덕목을 심어 주기 위해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지만, 반가우면서도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 현실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 심지어 내일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에게까지 인간성이 얼마나 메말라 가고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으면이런 발상이 나오고 제도로까지 이어지게 됐을까. 좋은 사회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경제적인 부(富)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삶의 질에 있다고 한다면 도덕성 지수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요새(要塞)는 외부로부터 탈취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해체된다'는 말이 있지만,도덕성.투명성이야말로 삶의 근본이며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을 새삼 해보게 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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