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벼량 끝 한우산업-(6) 차별화 전략

"일본이 수입 쇠고기에 대항해 버티는 것은 고급육 생산을 통한 브랜드화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한우시장을 지켜낼 만한 브랜드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우의 앞날이 더욱 위태롭습니다".(영남대 자연자원대학 부설 한우연구소 최창본 교수)"지금 한우브랜드는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며 전국적인 브랜화는 여전히 어려운 형편입니다".(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 대관령지소 백봉현 축산연구관)

"현재 한우브랜드의 문제는 규모화를 통한 조직화와 차별화가 안된데다 참여 농가의 영세화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건국대학교 축산대학 축산경영학과 한성일 교수)국내 쇠고기시장 개방에 맞서 품질경쟁력을 강화, 한우산업을 지탱하기 위해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한우 브랜드사업이지만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양적인 급속팽창은 계속됐다.

지난 3월 현재 농림부 조사결과, 전국의 한우브랜드는 153개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마친 브랜드는 지난 92년 1개를 시작으로 매년 늘어 98년 26개, 재작년과 지난해 각각 22개와 24개에 이르는 등 모두 118개에 이르렀다.

이들 브랜드는 문경한우나 경주한우 등 지역명을 사용하거나 경주 토함산 버섯 한우와 의성마늘소·봉화한약우·사과먹는 소(상주) 등 특별히 첨가한 사료명을 이용한 경우, 안동 황우촌과 축우촌·예천참우 등 한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 등이다.지역별로는 제1위의 한우 사육지역인 경북이 전체 153개 브랜드의 25%가 넘는 39개로 가장 많았으며 전남과 경기도가 27개와 25개를 기록했다. 충북과 경남이 14개와 11개였다.

특히 경북의 브랜드는 재작년 27개에서 올해 다시 39개로 늘어나는 등 한우브랜드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경북도 축산과 정창진 유통담당자는 분석했다.

그러나 양적 팽창에도 불구, 한우브랜드의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대구경북한우조합 김치영 상임이사는 판단했다. 김이사는 "현재 한우브랜드 대부분이 사료첨가제의 차이에 의한 기능성 차별화를 목표로 하지만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브랜드 한우의 차별성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지난 27일 '한우전자종합상가'란 사이버 한우시장을 개장한데 이어 올해부터 '한우왕'이란 브랜드로 공동출하와 쇠고기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 밝힌 이재학 조합장은 "한우브랜드는 기능성보다 한우 특유의 맛을 높이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한우 브랜드의 무차별성과 함께 브랜드 참여농가와 사육두수가 많지 않아 수요공급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브랜드 정착의 걸림돌이라고 건국대 한성일 교수는 지적했다.

지난해 농림부 의뢰로 '우리 축산물 브랜드 육성정책'이란 보고서를 제출한 한 교수는 "수요공급에 맞게 일정 규모 이상 사육두수를 확보하는 규모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브랜드화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규모화의 필요성에 불구, 현재 한우농가의 영세성 때문에 당장 개선될 여지는 적은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부 축산물유통과 최명철 사무관은 "전국단위로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브랜드 참여 한우가 1만마리 정도는 돼야 하나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98년 축우촌 브랜드로 출발한 안동 북후면 도진리의 전형숙 안동축협감사는 "현재 200마리를 기르며 연간 100마리 정도를자체 판매하거나 서울에 납품하지만 시장확대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물량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동감했다.

실제 한교수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2월 현재 전국 86개의 한우브랜드 가운데 500마리 이하는 30개로 전체의 35%를 차지했고3천마리 이상은 9개(10.5%)에 불과했다. 올해 농림부 조사결과도 153개 브랜드 참여 한우는 22만2천마리로 전체 한우 140만마리의16%에 머물렀다. 사육규모에서도 100~500마리가 가장 많은 34개(22%)였고 3천마리 이상은 20개(13%)에 그쳤다고 최 사무관은 밝혔다.

지난 98년부터 상주시 낙동면 고우회 회원으로 '사과먹는 소'란 브랜드에 참여한 송재원(50)씨는 "19농가에서 1천500마리를 기르며 공동출하와 공동사료 구입을 시작했으나 지속적인 수요충족의 문제 등으로 공동출하 부분은 중단상태"라며 규모화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고품질 쇠고기의 안정적 확보 어려움도 만만찮다. 지난 91년 서울에 직판장을 개장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현재 전국 9곳에 매장을 가진 안동 황우촌 황화섭대표는 "회원 16농가가 2천마리 중 연간 600마리 쯤 공급할 뿐"이라며 "수요가 넘쳐도 품질 좋은 우수 한우를 확보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고품질 쇠고기 확보문제는 지난해 조사된 86개 브랜드 참여 한우 수소의 비거세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정부정책에도 불구하고 수소 거세 비율이 81% 이상인 경우는 30개로 전체의 35%에 불과했고 20% 미만도 27개(32%)에 이르렀다고 한교수는 밝혔다.이 문제는 엄격한 품질심사를 거쳐 품질인증을 하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의 한우 품질인증 획득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95년 첫 인증 뒤 지난 7월 현재 전국의 한우 품질인증은 경북의 3개를 비롯, 14개 브랜드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관원 품질관리과 장현민 품질인증 담당자는 "한우 품질인증을 받은 브랜드의 쇠고기 도체등급은 육질등급 2등급 이상이 70%를 넘을 정도로 고품질을 유지, 품질인증을 받은 한우는 그만큼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인증수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브랜드화 저해 요인으로는 유사브랜드 범람과 가짜 브랜드 성행의 폐단도 한몫하고 있다. 안동 황우촌 황대표는 "서울지역에는 품질인증받고 정식등록된 우리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유사브랜드가 범람하는데 이는 브랜드 정착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많은 난제에도 불구, 브랜드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가을부터 '의성마늘소'란 브랜드로 출하 예정인 의성차돌농장신일수(46·의성군 가음면 귀천리)씨는 "얼굴 있는 브랜드와 고급육 생산으로 승부하는 것만이 한우의 살길"이라며 브랜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우브랜드 가속화와 함께 현재 소지역 단위에 그치는 브랜드화 범위를 시·도 단위로 광역화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경북도는 올해 내 축산농가들의 여론을 수렴, 전국 1위의 한우산지에 걸맞게 경북형 한우브랜드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축산과 정창진씨는 밝혔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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