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의 영화속 과학이야기-반지의 제왕

1954년 영국의 작가 톨킨은 판타지 소설의 성경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념비적인 작품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을 출간했다.

'반지 원정대(The Fellowship of The Rings)', '두 개의 탑(The Two Towers)',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s)' 등 총 3부작 중 제1부를 영화로 만든 것이 동명의 이 영화이며, 장엄한 판타지의 세계를 연출해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올 12월에 제2부가 개봉될 예정으로 있으며,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배경을 바탕으로 악의 군주 사우론과 호빗족의 프로도(엘리자 우드 분) 사이에절대반지를 놓고 벌이는 대결을 서사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절대반지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건달프(이안 맥켈렌 분)는 반지가 담긴 봉투를 불 속에넣었다가 꺼내 프로도에게 아주 차갑다면서 준다.

왜 차갑다고 하면서 줄까? 일반적인 금속으로 만들어진 반지의 경우 불 속에서 꺼내면 뜨거운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금속들은 자유전자를 많이 가지고 있어 전기가 잘 흐르며, 열전도율 또한 다른 물질에 비해 높은 편이다.따라서 금속으로 주전자를 만들고 냄비를 만드는 것이다.

절대반지는 어떤 것으로도 파괴할 수 없다고 하는데, 세상에 파괴할 수 없는 물질은 없다. 물질이 어떠한 형태를 가지는 것은 분자간의인력에 의한 것인데, 이 인력을 끊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열에너지나 충격을 주게 되면 파괴할 수 있다.

괴물에 의해 입구가 막히자 건달프는 지팡이 끝에 마법으로 불을 켜고 동굴 속에서 길을 찾아 나서게 된다. 건달프의 지팡이에서 나온 빛은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동굴의 상당히 넓은 부분까지 환하게 비추게 된다. 마법으로 켠 불, 횃불, 전등의 불빛 등 어떠한광원이라도 거리가 멀어지면 빛이 서서히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서 밝기가 어두워진다.

즉, 거리에 비례해서 급격히 어두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구의 표면적(4πrr2)이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서 커지기 때문에 같은 양의 빛으로 넓어진면적만큼 더 비추어야 하므로 어둡게 되는 것이다. 횃불을 가지고 동굴에 들어가는 다른 많은 영화에서 횃불 주위만 밝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동굴에서 괴물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프로도는 거대한 괴물 트롤의 창을 맞지만 미스릴 갑옷 덕분에 살아난다. 미스릴 갑옷이 매우질겨 창으로 뚫을 수 없다면 영화에서와 같이 프로도는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 영화 '블랙호크 다운'과 '백투더 퓨처3'에서는 총알을 막기 위해 가슴에 철판을 대는 장면이 있는데, 철판과 같이 미스릴 갑옷이 딱딱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서 분명히 미스릴 갑옷은 내의처럼 부드러워 보인다. 이럴 경우 창이 갑옷을 뚫고 들어오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창에 의한 충격력이 효과적으로 분산되지 않기 때문에 가슴에 충격을 주어 갈비뼈가 부러지는 것과 같은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중세시대에는 허황된 마법과 주술이 난무하였고, 많은 일들의 원인을 이성적으로 찾기보다는 마녀와 정령, 요정들에 의한 것으로 설명을 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이성의 암흑기에 빛을 가져다 준 것은 요정이나 마법서가 아니라 바로 과학이었다.

판타지에서 과학을이야기하는 것이 억측같이 보이겠지만, 미국에는 천문학자 보다 점성술사가 더 많다는 칼 세이건의 지적은 되새겨 볼 만 하다.

구미 진평중 교사 nettrek@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