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아파트와 주택가에 빽빽한 원룸, 오피스텔을 보면서 '벌집'을 쉽게 연상한다. 그런데 인간의 건축은 동물들의 그것보다 우월한 걸까? 인간은 자신의 집에서 동물들이 둥지에서 누리는 여유로움을 누리고 있을까? 아니라면 (동물들에게서) 배울 것 있지 않을까?
'생물의 건축학'(하세가와 다카시 지음/현암사)은 동물들의 둥지에서 배우는 지혜로운 집짓기에 관한 책이다. "어디까지나 사람의 건축에 대한 강렬한 관심과 흥미만이 있을 뿐"이라는 저자는 "동물의 건축이 사람의 건축에 던져 줄 밝은 빛"에 주목한다.
'나무 몸통에 둥지를 만드는 새는 출입구를 자기몸의 크기에 꼭 맞춰 만든다. 출입구가 크면 빛의 명암이 생기지않아 새끼가 입을 열지 않는다. 또 가지 위에 둥지를 트는 새의 경우, 그 새끼는 먹이를 물고 온 어미새가 가지에 앉으면서 일으키는 나뭇가지의 진동으로 어미새가 왔음을 안다. 둥지는 동물들에게 있어서 몸의 연장물이다'.
저자는 자연주의적 건축이란 단순히 경관상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더 적극적 의미를 띠고 있다고 말한다.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함으로써 가동되는 건축설비에 대한 의존도를 건축에서 점점 줄여나가는 것. 채광이나 환기·통풍을 위해 인공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천재건축가 가우디(1852~1926)가 바르셀로나에 세운 '카사 밀라'에서 둥지같은 느낌의 '유기적 건축양식'을 보면서, 창의력 넘치는 동물의 둥지를 관찰한다.
논병아리는 물 속에서 더 자유로운 자신의 생태에 맞춰 물 위에 '흐르는 둥지'를 지었다. 비버는 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생활을 댐과 물을 이용해 확실히 지킨다. 두더지의 둥지굴이나 '프레리 독'의 땅속 마을은 자연적 환기 기술의 정수, 외부의 온도변화에 관계없이 실내온도를 29~30℃ 전후로 유지하는 흰개미굴은 천연의 난방효과를 자랑한다.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고강도를 뽐내는 황다리호리병벌의 돔 건조물과 꿀벌의 집은 캡슐식의 고층건물로 이루어진 미래도시를 연상시킨다.저자는 "인간 건축의 근대화란 건축의 공업생산화 과정일 뿐"이며 "재료를 생산하기 위하여 고도의 기술이 개입함으로써 재료의 자연재 의존도는 점점 희박해졌다. 현대의 거대한 건축군은 성서의 바벨탑 같은 파국을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불안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그의 말대로 "동물의 둥지에 비해 인간의 생활장치는 환경에 대해 너무나 공격적"인지도 모른다. 외부의 위협에 방어적 외형을 띠고있으면서 내부의 안락함이 실현되는 동물의 둥지에 비해 지나치게 정격적이다. '정격성'은 이내 자연환경에 대한 또 스스로에 대한 공격성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사람이 살만한 집, 생명이 살아 숨쉬는 온전한 집, 인간의 주거와 인간의 삶이 조화·일치된 집을 동물의 둥지에서 배우자는 것은 지나치게 겸손한 것이 아니다. '생물의 건축학'은 생태적으로 고려된 '생태건축'의 눈을 틔우는 통찰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연주인의적인인간양식을 강조하는 문명비평서다. 7천500원.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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