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도 싫지만 미국은 더 싫다'. 전세계에 갈수록 반미(反美)구호가 높아지고 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독선과 패권주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요즘 미국은 동맹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공격 의지를 거듭 주장, 전세계를 다시한번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9.11테러를 명분으로 숱한 전쟁을 획책하고 오만무도한 행동을 되풀이하는 미국에 대해 등을 돌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정치평론가 이타가키 에이켄이 쓴 '부시의 음모(당대 펴냄)'는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미국이 수행중인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의혹을 파헤치면서 부시대통령이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는 국제적 음모를 폭로하는 내용이다.
부시가 자살폭탄테러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아프가니스탄 개전의 계기를 잡았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는 듯 하지만 미국을 둘러싼 경제.정치적 이해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쭑부시에게 필요했던 것은 전쟁?=지난 1월 제43대 대통령에 취임한 부시는 낮은 지지율과 IT(정보통신)거품경제의 붕괴에 따른 경기추락이라는 이중고에 휩싸였다.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고 군수경기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은 바로 전쟁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폭격이 시작되자, 부시대통령의 지지율은 50%에서 90%대로 껑충 뛰었고, 재고무기를 깨끗이 처분하면서 록히드 마틴사에 신형전투기(F35) 3천대를 발주하는 등 군수산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또 실업자와 사회 하층계급의 군대지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쭑석유를 노린 아프가니스탄 전쟁?=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지배권을 끊임없이 노려왔다.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 풍부한 석유.천연가스를 보유한 이들 국가는 미국에게는 필수불가결한 전략지역이었다. 미국의 석유자원 매장량은 1천300억 배럴이고 미국의 석유소비량은 70억 배럴인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소비량이 계속된다면 향후 18년도 채 쓰지 못할 것이기 때문.
결국 반미성향의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함으로써 이들 국가와 카스피해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의 통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석유회사를 경영한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은 에너지에 대한 위기의식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
저자는 부시정권을 '군수.석유마피아'로 규정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부당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의 해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겠지만, 미국의 현재 정책과 그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흥미롭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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