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양 황석산

산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9월. 비록 산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산행의 유혹을 느낄 때다. 산에서는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도 있다.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 사이에 있는 황석산(1,190m)은 높은 산도 아니다.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않다. 그러나 높이에 비해 거칠다. 또 정상부근의 능선은 칼날같은 암벽능선을 자랑한다. 대구 근교에 어디 이만한 암릉을 가진 산이 있을까.

산행 들머리는 용추계곡 쪽의 연촌마을로 잡는 것이 좋다. 정상까지는 4.5㎞로 황석산을 오르는 최단거리 코스. 직등로로 황석산 정상에 올랐다가 거망산 쪽으로 암릉 산행을 즐긴 다음 뫼재에서 탁현마을로 내려서는 것이 피로를 풀기에 좋기 때문이다. 다만 직등로로 오르기 때문에 그만큼의 고생은 각오해야 한다. 정상에서 탁현마을까지는 5.2㎞.

내려오는 간간이 뒤돌아보는 여유만 가진다면 원뿔모양의 특이한 황석산 주봉을 감상할 수 있다. 정상은 멀리서 보면 오히려 위엄 있다.기백산 군립공원 용추계곡 매표소 바로 전 왼쪽이 연촌·유동마을이다.

용추농원 가는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1㎞를 가면 나타난다. 8월 말. 기자 일행이 연촌마을에 들어서니 산초(추어탕 등에 쓰이는 향신료) 향기로 가득하다. 뒤뜰에서도 밭둑에서도 산초수확이 한창이다.

마을을 지나자마자 급경사 능선으로의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정상 800여m를 앞둔 지점까지는 쉼 없는 오르막.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 속에 산행을 강행했던 터라 후텁지근하다. 땀은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오르막 등산로도 끝이 없을 것 같다.

울창한 나무들이 경치를 막아 산아래 마을 풍경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헉헉거리며 오르길 1시간 40여분, 어느 순간 하늘이 확 열리며 그제야 발 아래 풍경을 허락한다. 정상쪽은 구름 속에 묻혀있다. 여기서 보면 정상 아래 피바위를 비롯 거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까지 볼 수 있는 곳이라는데….

하늘의 구름이 제법 가깝다고 생각하는 순간 순식간에 풍경들이 구름 속에 묻혀버린다. 서둘러야 할 때다. 다행인 건 이제부터는 그렇게 급경사가 없다. 오르락 내리락. 20여분을 그렇게 가다보면 황석산성이 나타난다.

사적 제322호로 지정된 황석산성은 신라가 가야를 멸망시키고 백제와 대결하게 되면서 축조했을 것이라 역사는 적고 있다. 정상에서 뻗어내린 암릉을 적절하게 이용하며 쌓았다.

산성을 넘어 50m쯤 가면 정상은 오른쪽 가파른 암벽을 타고 올라야 한다. '우회하시오'란 표지판이 위험지대임을 일러준다. 왼쪽 길은 거망산으로 가는 우회로로 정상을 지나 거북바위로 이어진다.

산성을 이루는 정상 뾰족바위를 오르는 길은 세미클라이밍 수준이다. 위험한 곳이 많아 쉽게 오르려는 자만을 금물. 비가 온 뒤고 날씨조차 흐려 더 미끄럽다. 거침없는 바람이 구름을 싣고 정상으로 치고 올라오는 기세가 대단하다.

정상에서 보는 조망 또한 압권이라고 했는데 용추계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기백산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막아서는 구름이 얄밉다.

정상에서 북릉을 따라 내려서면 우회로와 다시 마주친다. 이곳에서부터는 동쪽의 기백산과 금원산, 서쪽의 백운산 등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거북바위까지는 바위타는 맛이 남다른 일등 산행코스로 황석산 산행의 백미다.

거북바위를 넘어서야 초원이 펼쳐지고 비로소 긴장과 스릴도 사라진다. 가을이면 억새밭이 장관인 곳. 그래서 황석산은 가을산행지로 인기가 높다. 억새산행은 뫼재를 지나 거망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거망산 너머 은신치로 가는 능선이 환상적이다.

하지만 짧은 하루해로는 은신치를 지나 용추사로 내려오는 코스는 무리. 뫼재에서 탁현마을로 내려서야 대구로 돌아오는 시간이 적당하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산행코스=연촌~정상(2시간)~거북바위~뫼재~탁현마을

◇가는 길=화원IC~88고속도 함양분기점~대전-통영 고속국도 대전방면 우회전~지곡IC(이곳에서 황석산까지는 16.5㎞)~24번 도로따라 용추계곡 방향으로 좌회전~안의면을 지나 김천방향으로 직진~용추주유소에서 좌회전~연촌마을(대구에서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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