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총알없는 전쟁터에 비유된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지뢰밭이나 다름 없다. 속칭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지니고 있는 불만 가운데 하나는 국내증시가 개미에게 있어 공정치 못하며 제도적으로도 외인, 기관투자가보다 투자 여건이 매우 불리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요즘 증권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델타정보통신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관투자가들은 증거금 없이도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특혜를 누리고 있다. 기관이라는 이름만으로 계좌에 돈 한 푼 없이도 주식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이다.
델타정보통신 사건이 터지자 금융감독원은 기관투자가도 대량 주문시 증거금을 내야하며 신용도에 따라 증거금을 차별화하도록 하는 보완조치를 30일 뒤늦게 내놓았다.국내 증시는 또한 공매도라는 것을 기관투자가에게 사실상 허용해 놓고 있다.
공매도란 계좌에 주식이 없으면서도 주식을 팔겠다는 주문을 내는 것으로 한국증시에서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단 증권사가 '우리고객은 결제일까지 주식을 반드시 마련할 수 있다'고 확신하면 고객 뜻대로 공매도 주문을 내줄 수 있게 돼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기관에 대해서는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공매도 주문을 내 준다는 점이다.
일부 투자가들이 특정 주식에 대해 공매도를 쳐서 주가를 하락시킨 뒤 저가에 되사는 방법으로 차익을 노리는 시세조종 행위를 벌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지난 97년까지만 해도 각 증권사마다 대주(貸株)제도가 있어서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개인도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나중에 매수해 되갚는 투자기법이 가능했다. 그러나 대주 제도 역시 현재로서는 기관들에게만 허용되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필명 바다나라)는 팍스넷 시황분석실에서 "개미들은 장이 하락하든 상승하든 오를 종목을 예상해 매수하는 것 밖에는 수익을 낼 길이 없는 너무나 불리한 머니게임을 하고 있다"며 "증권사들은 속히 대주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대주주들의 지분 장난에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빈번하다.
대주주가 지분을 몰래 처분한 뒤 잠적하거나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채권자가 장내에서 지분을 매각해 소액투자자들만 주가하락 피해를 보는 사태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이트 팍스넷이 지난해 사이트 방문객을 상대로 '우리 증시가 얼마나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공정하지 못하다' '아주 불공정하다'고 응답한 이가 각각 29.9%, 6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조작 수사에 따른 '후폭풍'에도 개미들은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주가 조작이 일어나기는 수개월~수년전 일이지만 정작 감독당국의 조사 소식은 뒤늦게 전해지면서 해당 종목의 주식을 보유중인 소액투자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는 경우가 최근 모디아, 에이디칩스 등 코스닥 4종목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개인투자자 이모(46)씨는 "주가조작이 벌어질 때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던 금융당국이 사건이 있은 후 수개월~몇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조사설을 발표해 소액투자자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는 일이 많다"며 분통을 떠뜨렸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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