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이 다가왔다. 근로자들은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들의 성화에 주름살만 늘어난다. 신문을 보면 더욱 울화통이 치민다. 누구는 집이 수십채에 이르는데도 세금은 조금만 낸다는데….
근로자들간의 소득격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직장인들이 맞벌이와 부업에 나서고 있다.외환위기가 발생한지 5년이 다돼가는 2002년. 봉급쟁이들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 2/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동향을 들여다봤다.
▨소득격차
통계청이 지난 2/4분기 우리나라 도시근로자들의 가계수지동향을 분석한 결과, 상위 20%의 소득과 하위 20%의 소득을 비교한 '소득 5분위 배율'이 5.02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상위 20% 계층의 평균 소득이 하위 20%에 비해 5.02배 많다는 의미.
올 1/4분기의 5분위 배율은 5.40, 지난해 2/4분기는 5.04였다. 경기가 조금씩 풀리면서 조금씩 소득격차가 줄어든 것이다.하지만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 2/4분기의 4.36과는 아직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산층이 사실상 붕괴, 상위 20%와 하위 80%만 사회내에 존재한다는 20대80의 사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게다가 소득 격차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이 낮은 계층의 비경상소득(보상금, 퇴직금 등)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라고통계청은 설명하고 있어 소득격차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2/4분기 중 하위 20%의 비경상소득은 지난 해 2/4분기에 비해 3.9% 늘어난 반면 상위 20%의 비경상소득은 같은 기간 4%가량 줄었다. 한편 가구당 월평균소득은 설상여금이 주어지는 1/4분기에 비해서는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서는 9.6% 늘어난271만4천원을 기록, 경기회복에 따라 근로자들의 주머니사정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맞벌이·부업
아내들도 노동시장으로 나서고 있다. 맞벌이 가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2/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경상소득은 230만5천300원으로 지난 해 같은 시기에 비해 9.5%가 늘었다. 이 가운데 근로자들의통장으로 입금되는 근로소득은 183만8천300원으로 8.8% 증가했으며 이는 경기회복으로 급여가 다소 상승한 탓.
하지만 전체 가구소득 중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67.7%로 지난 해 같은 시기의 68.2%보다 오히려 0.5%포인트 감소했다.그 대신 배우자의 근로소득이 26만4천400원으로 같은 기간동안 13.1%나 늘었다.
실제로 여성경제활동인구가 지난 해 같은 기간 49.7%에서 올 해는 50.2%로 늘어났다. 배우자 근로소득이 늘어난 배경을 설명하는 것이다.또 사업이나 부업으로 번 소득도 12만2천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1% 증가했다.
많은 근로자 가계가 배우자가 일터로나가고 빈시간엔 부업까지 하면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맞벌이와 부업이 늘면서 소비자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은 253만9천200원으로 지난해보다 6.8%나 증가했다.
▨소비와 저축
근로자들의 월평균 지출은 208만4천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늘어나는데 그쳤다. 근로소득과 실질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낮은 지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때문에 가계흑자율이 26.1%로 지난 해 같은 시기에 비해 3%포인트나 상승, 가계흑자폭이 늘어나고 소비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가계지출 가운데 소비지출도 178만7천원으로 7.1%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평균소비성향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3%포인트떨어진 73.9%였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자제하는 현상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지출항목과 관련, 보건의료비지출(23%)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주거비(-2.5%), 통신비(18.5%),교육비(5.9%) 등에 비해 훨씬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비소비지출 가운데서도 조세(-17.2%),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8.4%)보다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지출(12.9%)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계층·연령별 실태
가구주 연령별로는 50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늘어난 월 298만2천원의 가장 높은 소득을 올린데 비해 지출증가율은 2.8%에 머물렀고 20대와 30대는 각각 19.7%와 11.7%인 소득증가율보다 높은 20.3%, 12.2%의 소비증가율을 나타내 젊은층의 소비치중현상을 보여줬다.
학력별 가구소득과 관련, 4년제 대졸이상인 가구의 월평균소득이 366만4천800원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증가율면에서 중졸이 12.2%로 고졸(10.9%), 전문대졸(7.5%), 대졸 이상(6.2%)을 압도했다.
학력별 소비를 보면 고졸 가구의 씀씀이가 가장 컸다. 가구주가 고졸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10%가 늘어 대졸 이상 가구의 5.1%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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