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크린으로 맞는 가을 웃음

달력은 가을인데, 한 여름 날씨다. 가는 여름이 아쉬운 영화팬들을 위한 명랑유쾌한 영화 두편이 개봉됐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30일)과 유쾌한 전래설화 뒤집기 '우렁각시'(31일, 9월3일).

□ 기쿠지로의 여름

'하나비' '소나티네' '배틀로얄' 등의 영화를 통해 감독과 배우로서 우리나라에 깊은 인상을 남긴 기타노 다케시. 일본내에서는 슬랩스틱과 독설을 내뱉는 코미디언으로 더 알려진 그가 감독.주연을 맡았다.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은 퇴물 야쿠자와 제법 철 든 소년이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다루고 있다. 호들갑스럽지 않아 좀 심심한, 그러나 따뜻함을 담은 기타노 다케시식의 천진한 코미디가 압권.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는 마사오는 멀리 돈 벌러갔다는 엄마가 무척 보고싶다. 외로운 여름방학, 마사오는 우연히 엄마의 주소를 발견하고 무작정 엄마를 찾아 떠난다.

친절한 이웃집 아줌마는 마사오를 위해 할일 없는 남편 기쿠지로를 동행시킨다. 그런데 이 인간 웃긴다. 직업도 없이 도박과 술, 여자만 밝혀대는 그는 여비를 도박으로 모두 날리고 급기야 아이들의 코 묻은 돈까지 뺏는 '문제어른'이다.

여행중 만난 '뚱땡이 아저씨' '문어아저씨' '친절한 아저씨'가 마사오를 즐겁게 하기 위해 벌이는 게임도 포복절도 할 만하다. 여정을 함께하는 소년은 마침내 어른이 된다.

□ 우렁각시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이 아직 대학로에 있다'로 스크린에 진출한 남기웅 감독의 신작. 지금은 촌스러운 70년대를 배경에 '우렁각시'설화를 뒤범벅한 판타지다.

불법총기를 제작하는 철공소 직원 건태는 주윤발을 흠모하는 청년. 어느날 이상한 노인을 업어준 대가로 낡은 항아리 하나를 얻은 그는 옆집 천하장사 할멈에게서 받은 우렁이를 항아리에 넣는다.

이때부터는 우렁각시 설화 그대로. 집을 비운 사이 청소와 빨래, 밥상까지 차려져 있다. 집을 나선 척 하다 문틈으로 몰래 엿본 건태는 항아리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한다.

한편 우렁이를 키워파는 천하장사 할멈은 남편을 죽이고 반지를 빼앗아간 니나오카바레인 용백에게 대항하고, 건태 역시 인간으로 변한 우렁이들과 함께 할멈을 도와 활약상을 펼친다.

전통설화를 뒤집은 도발적 상상력이나, 연극적이고 과장된 대사와 개성넘치는 공간설정에서 독립영화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장점. 그러나 다소 산만한 전개는 흠.서울시네큐브 31일, 시네마테크 부산 9월3일 개봉.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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