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선생님의 말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는 어느 미술잡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는 두명의 선생이 있다. 한 명은 엔디워홀이고 다른 한 명은 요셉 보이스이다".

다 아시다피시 엔디 워홀(1928~1987)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포레스트 시티서 태어나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 뉴욕화단을 장식했던 상업미술가의 개척자이자 팝아트의 선구자이다.

워홀은 현대미술에 있어 상업주의를 실현했고, 많은 매스컴에 자신을 내비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예술가를 마치 대중의 스타 대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반면 요셉 보이스는 "어떤 것이던 예술일 수 있고 그 누구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예술의 정신성을 부르짖으며 작가를 마치 신격화하여 그 위치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 사람이다. 이들은 지극히 상반되는 논리와 예술관을 실천으로 보여준 인물들이다.

나에게도 그런 선생님이 계신다. 세계 미술계에서 결코 중심일 수 없는 한국에서, 또 지역적으로 변방일 수밖에 없는 대구에서 그 선생님은 미대에 갓 입학한 프레시맨인 우리들에게 오리엔테이션에서 작지만 은근하고, 부드럽지만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우리 학교는 작가를 배출하는 곳이고 그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진정한 작가가 되는 길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며 세상사와 타협하지 않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서 끊임없이 세상과의 싸움을 벌이고 또 벌인다.

돌이켜보면 작가는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자신의 생각(사상)을 굽히지 않은 강한 정신과 창작에 대한 정열을 가져야 하면 그것만이 작가인 우리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겨진다.

경제적인 풍요로움보다 더 갈구하는 정신적인 풍요로움. 분명하게 작가적 자존심을 지킬 것과 작가로서의 삶을 강조하신 그때 그 말씀을 난 어제일처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비록 아직 모자람이 많고 유혹에도 약한 나이지만 선생님의 그 말씀을 내 정신의 양식으로 삼아 지금까지 나를 지탱하고 있다.

박종규(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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