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자본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일까. 자본주의의 한 축(軸)인 기업윤리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성과 건전성을 자랑하던 미국경제가 그렇다.
증시가 폭락하고 달러약세까지 겹치자 엔론, 글로벌크로싱, 월드컴 등등 거대기업들이 회계부정으로대처하려다 들통이 나 하나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게다가 이런 추문은 '썩은 사과'에 불과하다면서 '미국경제의 건강'을 장담하던 부시대통령마저 부정 물의에 휩싸여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10여년전 하겐에너지 주식과 프로야구 구단의 매입, 매각과정에 내부자 거래 등의 부정을 저지른 게 드러난데다부통령 딕 체니마저 그가 CEO로 이끌어왔던 헬리버튼 에너지 기업의 회계부정 의혹까지 양파껍질처럼 불거져 '부도덕한 리더십'이란혹평을 받고 있다.
이러니 미국민들의 눈엔 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 전체가 썩은 것으로 보이고 기업들이 수익을 발표하면 "그게 정말이냐"고 되묻는'불신풍조'까지 팽배하고 있다고 한다. 이쯤되면 IMF때 우리에게 투명성 부족을 나무라며'훈수'했던 '형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판국이다.
▲이웃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장기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판에 공기업인 도쿄전력이 원전(原電)의 결함 29건을 은폐하거나 허위보고한 게 드러나 '일본기업의 윤리실종'이라며 난리다. 일본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가중시킨 건 대기업들의 잇단 '거짓말'에 이어 이젠 공기업마저 믿을 수 없다는 절망감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굴지의 미쓰비시자동차가 30년간 자동차의 결함을 이중장부까지 만들어 숨겨오다가 발각되면서 100만대나 리콜한 소동은 충격도 그러려니와 일본기업의 자존심이 무너진 사건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광우병 파동과 관련,'일본햄' '유키재루시식품' 등 굴지의 식품회사들이 수입쇠고기를 국산이라 속여 정부의 보상을 받은 '부도덕의 극치'가 금년초에 그 뒤를 이어 있었기 때문에 일본열도는 지금 갈수록 심각한 '기업의 모럴헤저드'를 통탄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경제에 직접영향을 미치는 미국·일본의 기업 타락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또 국가가 금방 결딴날 것처럼 충격적인 그들의 사건들이 대한민국에선 아직 거의 일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암담하게 만든다.
그들은 이런 일이 터지자 지도자들이 윤리헌장강화 등의 조치를 강구하느라 부산한데 우리 정치권은 그 부패에 함께 젖어 아직 미몽인데다 더 큰 문제는'지도층의 말'이 도대체 국민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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