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기능중 가장 으뜸의 기능은 뭐니 뭐니 해도 비판이다. 우리나라의 언론환경을 보면 단순한 보도는 그런대로 자유로운 국가에 속하지만 특정사안을 분석하고 비판하면 해당기관, 당사자들이 형사고발·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제동을 걸어 결국 취재활동의 위축 등 '불안한 상황'에 있다.
박용상 헌법재판소 사무차장이 "고위직 등의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언론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은 이같은 한국언론 상황에 대한 적절한 문제제기로 볼 수 있다. 사실 이 정부에 들어 언론자유도 늘었지만 그 대신 언론에 대한 법적 소송도 부쩍 늘었다.
현 정부의 부처에서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지금까지 8건이며 검찰청 검사들이 낸 소송도 11건이나 된다. 검사의 경우 총손해배상청구액이 무려 113억5천만원에 이르고 소송을 낸 검사는 모두 91명으로 전체 검사수의 8%다. 정당이나 일반인의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언론보도의 2대원칙은 객관성 유지와 균형감각이다. 이 원칙에 정확성이 보태져야 국민들이 언론을 전적으로 수긍하고 언론행위의 목표로 삼는 설득력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언론종사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언론사가 법적분쟁에 휘말리는 한 요인은 결과적으로 승복하지 못하게 만든 보도가 문제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박 차장의 지적처럼 만에 하나 이같은 소송의 의도가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면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알권리가 침해받으면 국민들에게 정보소통 장애는 물론 권위주의시대처럼 유언비어가 판을 치는 폐해가 국가발전 지연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 대법원이 1964년 뉴욕 타임스가 피고(被告)인 사건에 대해서 내린 '과도한 손해배상 요구는 언론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유명한 판결을 지금도 주목한다. 거듭 강조할 사항은 언론보도의 생명은 정확성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다소간의 부정확한 보도를빌미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앞으로 있을 자신들의 기관, 정당 등에 대한 비판을 막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있을까 우려한다.언론의 자유와 공인의 명예권이 충돌하면 국민의 알권리 우선이 세계적인 추세가 아닌가 싶다.
물론 언론 책임이 전적으로 배제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불순한 소송이 언론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킬 경우 반드시 뒤따라오는 국가 이미지 실추에도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언론보도는 인류 역사의 초고(草稿) 작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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