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제언-'대~한민국' 상징 상품 만들자

여름 휴가를 맞이하여 일본에 살고 있는 여동생 가족이 4년만에 고향을 찾아 왔다. 초등학교 6학년인 조카는 일본인 친구(사이토 기요노)와 함께 왔다. 우리 남매는 고향 가까이 있는 휴양림에 모여서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낮에는 가까운 시냇가에서 아이들은 반두로 고기잡이를 하고 어른들은 나름대로 여유를 즐겼다.

또한 부석사, 소수서원, 전통향토자료 등 인근 사적을 둘러보며 외국인 꼬마 손님을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내를 자청한 외삼촌의 설명을 일일이 통역해 주는 조카가 무척 대견스러웠고 한 박자 뒤 감탄사를 연발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꼬마 손님을 보기만 해도 즐거웠다.

다음 날 대구에 와서 사이토가 반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산다고 해서 시내 대형 문구센터에 들렀다. 선물하기에 적합한 학용품을 몇 가지 골라 내놓았더니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적혀진 글씨는 모두 영어이고 그려진 캐릭터는 일본 것이라서 싫다고 한다. 한글이 쓰여진 것이나 한국적인 그림이 그려진 것을 찾아달라고 한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런 물건은 없다. 결국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 2002 World Cup Korea-Japan' 로고가 쓰인 볼펜 모양의 고체 풀을 학급 인원 수 만큼 샀다.

그리고 나서 서문시장에 들렀다. 사이토가 원하는 한글이 적히거나 한국 것으로 보이는 티셔츠를 사기 위해 옷가게를 몇 곳이나 다녀봐도 허사였다. 예쁜 모양의 티셔츠를 몇 번이나 권하였으나 역시 싫다고 했다. 한참 후 붉은 악마 티셔츠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외국인이 사고자 하는 한국풍의 상품이 한국 내에 없다니 한심했다.

월드컵 개최와 4강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세계인 가슴 한 켠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안에서 그 사람들에게 권할만한 상품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 냄새가 물씬 나는 우리 글, 우리 얼이 담긴 '대한민국상품' 개발을 서둘러야겠다.

김희정(대구 영선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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