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결혼이란 하느님의 창조적 의지의 산물이라 했다. 남녀는 상대방을 위해 창조됐으며, 본질적 특성이 보충적이어서 결혼함으로써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경도 배우자가 간음한 경우에는 이혼이 가능하다고 시사한다. 사실 성경이 말하는 그 '상호 보충'이 쉽지만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철학자 H A 텐은 '결혼 뒤 첫 3주일 동안은 서로 관찰하고, 그 다음 3개월은 사랑하며, 그 다음 3년은 싸우며 지내고, 그 뒤 30년은 용서하며 산다'고 정의했는지 모른다.
▲가정은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며, 부부가 중심이 되는 최소 단위의 공동체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 때문에 부부는 당연히 서로에게 동거와 부양.협조.정조의 정신적.물질적.육체적 의무를 가진다. 그러나 오늘의 세태는 '우리'보다는 '나'를 생각하는 개인적 성향이 커지고, 부부의 의무를 가볍게 여기는 추세이며, 이혼도 어렵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는 느낌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135쌍의 부부가 이혼 소송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02년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 소송은 4만9천380건으로 2000년보다 13.3%나 늘어났다. 1992년의 2만9천356건에 비하면 2만여건이 늘어난 숫자다. 또 재판 없이 진행되는 '협의 이혼' 확인 사건도 전년에 비해 11.7%가 늘어난 14만5천283건이나 돼, 이를 보태면 이혼 사건은 무려 19만4천663건에 이르러 '이혼 천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혼 소송을 청구한 이유가 배우자의 부정이 48.1%로 절반 가량이며, 연령별로는 30대(남 43.6%, 여 41.3%)와 20대(남 24.2%, 여 37.1%)가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성서도 이혼 불가능 사유에서 제외한 '간음'에 가까운 일로 갈라서려 하는 부부가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으며, 특히 20, 30대의 젊은층 부부가 '하나'가 되는 '상호 보충'의 조건을 가볍게 여기면서,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치닫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가정은 건물의 기초와 같고 수학의 공식과도 흡사하다. 이 때문에 가정이 흔들리면 건물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더구나 가정의 해체는 자녀들에게 너무 큰 불행을 부르게 마련이다. 세계 역사의 흐름을 주름잡던 로마가 왜 멸망했는가. 학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가정이 무너지면서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질서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지 않은가. 결혼은 '바깥 사람은 들어가려고 애쓰고, 안의 사람은 나오려고 애쓰는 새장'과 같다지만, 성공 비결은 그 '새장'에 알맞은 사람이 되려는 데 있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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