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풍 '루사' 전국강타-참혹한 수해현장…

무너진 가옥, 거리 여기 저기에 나뒹굴고 있는 가재도구와 차량, 곳곳이 패이고 진흙뻘로 변해버린 도로, 상류에서 떠려온 쓰레기.

31일부터 제5호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참혹한 수해의 현장은 차마 눈뜨고 볼 수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폐허처럼 변해버린 도시에서 주민들은 양수기로 물을 퍼내고 가재도구를 정리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정전으로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당장 오늘 밤을 보낼 일이 걱정이다.

연 3일 900㎜의 비가 내려 도심 전체가 침수된 강릉시내는 물이 빠지면서 시가지가 온통 진흙뻘로 변해 사실상 도심기능이 마비됐다.

내곡동에서는 방안까지 승용차가 들어와 기둥만 남아 있는 주택이 눈에 띄기도 했으며 남대천 주변은 성한 곳이 하나도 없어 노암동 단오장터는 형체도 알아 볼 수없도록 변했다.

인근 저수지 붕괴로 가옥 20채가 휩쓸려 내려 간 장현동 43통 3반 마을은 흔적조차 찾아 보기 힘들었다.

마을은 모래에 뒤덮여 원래 모습을 알아 볼 수 없었고 그 자리에 쓰러진 나무와 전봇대,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 등만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이 마을의 이재우(86.여)씨는 "어제 몸만 간신히 빠져 나오느라 세금 내려고 은행에서 찾은 돈도 갖고 나오지 못했다"며 "하룻밤을 지내고 와보니 마을이 모두 없어지고 마실 물조차 없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상 최악의 수해를 입은 경북 김천시내도 참혹하게 변했다.감천의 범람으로 대피를 했다 아침에 돌아와 냉장고 등 가재도구들이 둥둥 떠있는 것을 보고 울음을 터트리는 주민들의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일부지역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근 정수장까지 물에 잠겨 수돗물 공급까지 4, 5일간 끊긴다는 소식이 들려 주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한림면 시산리 시전마을 등에서는 지난 집중호우때 침수돼 주택이 전파 또는 반파됐던 주민들을 위해 설치한 5.5평평 컨테이너 32대에서 간간한 가재도구를 챙기는주민들의 모습이 애처롭기 조차하다.

1일 오후 태풍은 지나갔지만 마을 침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낙동강 하류 지역의 수위가 계속 올라가 홍수경보가 발령됐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천500여명의 이재민을 낸 충북 영동군지역도 무너진 가옥 등이 수마가 할퀴고 간 31일 밤 긴박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초강천이 범람했던 매곡면 노천리와 수월리는 침수됐다 물이 빠진 집안이 진흙뻘로 변했다.

1일 오전까지 영동으로 통하는 대부분의 도로가 침수돼 통행이 두절되고 전기도 끊겨 복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오후부터 복구작업에 나선 주민들은 물에 빠졌던 가재도구를 정성스럽게 닦고 있지만 온통 진흙으로 뒤범벅이 돼 쓸만한 물건은 거의 없을 정도여서 삶의 현장을 모두 앗아가 이번 수마가 얼마나 엄청났는 가를 실감케하고 있다.

매곡면에서 주유소를 하고 있는 안병칠(65)씨는 "초강천 물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래 주머니를 쌓다가 대피한 뒤 돌아와 보니 주유소 건물이 주저않고 전기마저 끊겼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허탈하게 하늘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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