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일부터 개인전 여는 이영미씨

서양화가 이명미(52). 그를 보면 언제나 즐겁고 유쾌한 느낌이 든다. 29일 오후 수성구 범어동 아틀리에에서 그를 만났다. "국민가수, 국민음악가는 있는데 왜 국민화가는 없을까요. 내가 국민화가로 나서 볼까봐!" "이번 개인전(18번째)에는 작품이 잘 팔려 '마이더스 리'라고 불려야 할 텐데…".

그는 상대방을 편안한 대화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림은 항상 작가를 닮기 마련이다. 관람객이 가장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을 추천하라면 그의 작품을 맨 앞에 내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년간 고수해온 '놀이'라는 개성적인 작업은 그를 그런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70년대 후반 심각하고 난해한 작업을 하다 벽에 부딪혔을 때, 아예 정리되지 않고 거침없는 쪽으로 가기로 작정했죠".

마치 유치원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그림을 보는 것 같다. 강아지, 꽃, 물고기 등을 화면에 풀어놓고 자유롭게 뛰어놀게 했다. 강아지가 '멍멍'소리를 내면서 짖고 있고, 붕어빵 닮은 물고기가 혼자 퍼득퍼득거리고, 커피잔이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다.

노랑 빨강의 원색적인 바탕화면에 그리다 만 듯한 엉성함과 뒤죽박죽 섞인 글자, 원근법과 구도를 무시한 이미지와 색상…. 근데 단순히 그것 뿐일까.

작가는 "그저 하고 싶은 대로 그린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고 그의 작품에 철학적 의미를 붙이고 싶어한다. '은유의 바다'(갤러리M큐레이터 남인숙) '삶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과 자유가 만드는 격렬한 서정성'(미술비평가 강선학)…. 화사하고 장난기 어린 그림 뒤편에 뭔가가 있다는 얘기이다. 그의 작품이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풍경'이란 작품이 마음에 든다. 좌우로 흑백의 선을 쫙쫙 그은 뒤 '비' '하늘' '산' '바다'라는 글자를 붙여놓고 '미니멀(단순화)'에 대한 장난어린 해석을 했다. 이번에는 흑백의 미니멀한 작업이 꽤 많다. 미니멀 작업은 주로 갤러리 신라(053-422-1628), 놀이 작업은 갤러리M(053-745-4244)에서 나눠 전시된다. 5일부터 26일까지.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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