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늘어나는 재혼 새보금자리 만들기-(하)경제적인 갈등

초혼자들과 달리 재혼자들은 경제적인 문제로 겪는 갈등이 많다. 재혼당시 재산이 다를 뿐만 아니라 혼인 후 늘어난 재산의 소유범위에 대해서도 서로의 견해가 엇갈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재혼한 남편이 사망할 경우 전처의 자녀들은 새 어머니가 들어온 후 불어난 재산에 대해 독점적 소유권을 주장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서로 자녀 한 명씩을 데리고 결혼한 박모씨와 이모씨 부부는 가정경제권을 두고 다투다 한 차례 별거를 경험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합치기는 했지만 언제 뇌관이 다시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이씨는 "남편이 한 달에 80만원만 주면서도 일일이 사용처를 확인하는 데다 혹시나 내 딸에게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은 아닌가 감시하는 통에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한 아이를 학원에 보내면 또 한 아이를 억지로 학원에 보내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재혼 전 재산정도와 자녀 교육에 관해 명확하게 선을 그어두지 못했음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

대부분 재혼의 경우 남자 쪽에 재산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재혼하는 여성들은 미리 일정한 액수를 보장받고 결혼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전처의 자녀나 남자 쪽 친척들은 이런 사실을 알면 크게 반발한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이른바 '돈보고 결혼한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재혼여성인 박모(여)씨는 "재혼 후 어떤 일이 발생할는지 모르잖아요. 자꾸 이혼을 되풀이 할 수도 없고, 생활은 보장돼야 하니까요"라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특히 재혼 남편이 먼저 사망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갖가지 갈등을 미리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최창덕 변호사는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각자의 재산으로 인정된다고 말한다. 다만 상대방이 대가를 부담하거나 적극적인 재산증식의 노력을 한 경우에는 공동재산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의 소유인지 분명하지 않은 재산은 부부 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또 재혼으로 생긴 자녀의 경우 입적 절차를 거쳐 자녀로 들이지 않으면 재산 상속에서 제외된다고 말한다. 재혼으로 부부관계는 성립되지만 현행법상 한쪽의 자녀가 자동으로 새 아버지나 어머니의 상속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계명대 유가효 교수(소비자 정보학과)는 재혼 전에 재산 현황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것을 권한다. 또 생활비 분담, 자녀교육비, 향후 늘어나게 될지도 모를 재산 등에 대해서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자녀를 비롯한 상대 가족에 대한 지원 범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을 긋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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