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몰라도 '뽕짝아저씨'하면 대구시내 각 시장이나 공단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 명물 김종성(57)씨.
오토바이에 앰프를 달고 트로트 가요를 울리며 다닌다고 해서 뽕짝아저씨로 불리는 그는 포장마차 10년 경험에다 수레를 단 오토바이를 몰고 꼬치구이 행상에 나선지도 벌써 12년째다. 대구시내 다니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부지런히 오가며 꼬치를 파는 그는 외로운 노인들에게는 지극 정성이다.
그는 지난 1994년 추석 무렵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경로잔치를 시작했다. 꼬치를 팔기 위해 돼지고기 공장에서 들렀을 때 가공하고 남은 자투리 고기를 얻어 이웃 노인들에게 대접하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 경로잔치의 시작. 당시 그 회사 사장님이 질 좋은 돼지고기 50근을 선뜻 좋은 일에 쓰라며 내줘 김씨는 힘을 얻었다.
이후 한번도 빠뜨리지 않고 매년 두차례 경로잔치를 갖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재작년 부인 강(52)씨가 서구 평리4동 막창골목에 낸 식당('막창처녀 난리났네' 016-687-7427)에서 매달 두차례 무료급식소 '이웃사랑의 집'을 열어 노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따뜻한 점심과 여흥거리, 간단한 선물이 전부지만 행사때마다 100명이 넘는 노인들이 찾아와 함께 즐긴다.
월남전 참전용사로 고엽제 피해자인 김씨는 자신의 살림이 빠듯한데도 노인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나선다.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이런 행사를 정기적으로 갖는다는게 쉽지 않은 일.
단칸방 세를 살고 있는 김씨의 처지로서는 힘에 부치는 일이지만 한번도 빼먹지 않고 노인들을 위한 행사를 열고 있다. 매달 고엽제 피해 보상금 20여만원과 아내가 식당에서 버는 수익금을 매일 꼬박꼬박 따로 떼내 모아두었다가 행사에 쓴다.
그가 이처럼 이웃 노인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때문. 문경이 고향인 김씨는 10대때 부모님과 사별했다. 월남에서 돌아온 후 시멘트회사에 다닌 김씨는 강원도 동해와 부산에서 직장생활하며 돈을 모아 70년대 중반 아파트가 2채일 정도로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모든 재산을 날려버리고 대구에 정착해 철공소를 운영하다 화재가 나 거의 알거지가 되다시피 했다. 호구지책으로 나선 일이 바로 꼬치행상이었다.
지난 29일 서구 평리4동 신천지회관 주차장. 식당이 좁아 장소를 옮겨 마련한 이날 무료급식행사에는 160명의 노인들이 참석했다. 예상보다 참석자가 많아 부랴부랴 밥을 더 짓는 등 땀을 흘렸다.
이웃 아주머니들과 평리4동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음식장만을 위해 손을 거들었다. 신천지회관 건물주인 김 여사는 장소 제공과 함께 음료수도 내놓았고, 이웃에 사는 국악인 고흥선씨는 무료 판소리공연에 나섰다. 유공섬유 허사장, 신평리시장 어물전 이 사장, 봉화식육점 사장도 정성을 보탰다.
어려움도 없지 않다. 김씨의 처지를 잘 아는 주변에서는 "자기도 넉넉지 않으면서 웬 부질없는 짓이냐"며 핀잔을 주지만 그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경로잔치 준비에 온통 신경을 기울인다.
시 외곽지에 불쌍한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지어 함께 기거하며 살고 싶은게 꿈이라고 말하는 김종성씨. 고엽제 후유증인 다발성 신경마비 때문에 행상을 하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여러차례 쉬어야 하는 등 어려운 생활을 꾸려가고 있지만 노인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힘드는 줄 모르겠다며 꿈을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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