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로 인해 경북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김천은 과거 재난 피해가 적었으나 졸지에 '최악의 재난도시'가 되고 말았다.
사망 18명, 실종 3명, 부상 3명 등 인명 피해가 컸으며 철도와 도로 유실, 감천둑 붕괴와 주택가 및 농경지 침수 등도 엄청났다.
김천지역에 이처럼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태풍이라는 자연재해를 만나기도 했지만 무분별한 교량 설치, 안이한 대응 등 인재가 가중된 탓도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이번 피해가 "직지천과 감천의 합류지점 인근 하류에 설치된 다리 5개의 대형 교각들이 빗물 흐름에 지장물로 작용해 발생한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직지천과 감천에는 경부고속도로와 제2김천교 등 기존 4개 교량의 수십개 교각 외에 지난해 고속철도 교량공사가 시작돼 양 하천에 폭 1.5~2m, 길이 5m 안팎의 교각이 48개나 설치됐다.
감천둑 50여m가 유실돼 저지대를 물바다로 만든 데도 관계기관의 안이한 대처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제방이 만들어진지 100년이나 됐음에도 그동안의 기상 상황이나 손실 등을 고려한 보강공사는 한번도 없어 유실이 불가피했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제방이 평소 위험하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보강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둑이 터지고 말았다"고 했다.
또 과거 김천지역에 재해가 적었던 사실이 이번에는 악재가 됐다. 황금동 한 주민은 "31일 오후에 대피하라는 방송을 들었지만 설마했는데 갑작스레 침수가 시작돼 몸을 빼내기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처럼 재난 대처가 소홀한 김천이 태풍의 오른쪽 반경에 들면서 최악의 참사는 예고돼 있었다. 태풍의 바람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불기 때문에 태풍 오른쪽에 놓인 김천, 강릉 등지에서는 태풍의 진행 방향과 바람의 방향이 같아진다.
이때문에 풍속이 훨씬 빨라지고 빗줄기도 한층 굵어져 지례면에 시간당 70㎜이상의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등 최고 358㎜의 기록적인 비바람을 때리고 간 것이다.
김천.강석옥기자 sok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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