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패션- 자유의 심벌

나는 명함을 건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혹시 이 명함이 잘못되어 거리를 방황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 때문이기도 하고, 더러는 좀 형식적인 냄새도 나고 해서 그렇다. 명함을 받아본 몇분은 의례적으로 "아 좋은 것을 전공하시네요"하다가 "패션이 무었입니까"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무척 곤혹스럽다. 어떻게 설명해야 좋은 답변이 될까.

상대방에 따라 더러는 교과서적인 정의 즉 "동시대 동일 공간내에 살고있는 대다수가 그렇다라고 느끼고 인정하는 것이바로 패션"이라거나 "당신이 생각하는 새롭고, 창의적인 그 무엇이 패션일 것"이라고 답한다.

철학이나 음악을, 또는 특정한 학문을 전공한 사람에게 그 전공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그들의 답변은 어떠할지 무척 궁금하기도 하여 슬그머니 미소로 대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분명한 것은 패션이란 무엇보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속성을 지닌 유기물로서 살아움직이는 생물이라는 거다.

이 패션이란 친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쉼없이 움직이며 성장함으로써 인간과 문화가 변하듯이, 현대의 패션산업은 점점 질을 중시하고 소재와 디자인개발 능력이 있고 창의력이 내재된 제품이 살아남는 추세다.

까탈스런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비슷한 것은 모두 가짜이며(자기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지녀야하고) 자유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사회현상으로, 통제사회에서는 발달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패션의 발달은 자유세계의 심벌이라 하지 않았던가.

패션은 참으로 오묘하여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지적인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자발적으로 큰 대가를 스스럼없이 지불하게 하는 마성을 지닌 산업이기도 하다. 흔히 21세기는 6T산업이 선도한다고 보고있다.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 ST(우주항공〃), ET(환경〃), CT(문화〃) 산업이 그것인데 패션은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아우르는 FT(Fashion Technology, 패션기술)산업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21세기 패션은 언어 이상의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지녀 인종과 사상, 국가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동양대교수, 디지털패션디자인학과 전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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