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벤처기업이 국내 대기업의 추격을 따돌리고 국제경쟁에서도 승리,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다소 무모한듯한 도전이지만 그 성공 가능성이 지난 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린 우리나라 최대의 IT(정보기술) 전시회 '컴덱스 코리아 2002'(8.26~29)에서 증명됐다.
산업용 CPU(컴퓨터의 중앙연산장치) 전문생산업체인 지역벤처 맥산시스템의 전시관은 LG, 삼성, 효성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전시관에 버금갈 만한 규모를 갖춰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세계 최소형 컴퓨터 전시품 자체였다.
드림스테이션(상표권 출원중) 시리즈로 이름붙인 맥산의 초소형 컴퓨터는 책상위에 덩그렇게 차지하고 있는 PC를 바라보며 "기능은 그대로이면서 가능한 한 작게 만들순 없을까"하는 소비자들의 바람을 그대로 실현시켰다. PC본체가 A4용지 절반크기로 웬만한 책 한권 보다 작다면 누가 쉽사리 믿을 수 있을까.
이번 컴덱스 코리아 2002에서도 소비자들의 이런 마음을 간파한 국내 모 대기업이 LCD모니터와 PC본체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공간을 작게 차지하는 PC를 선보였지만 맥산의 제품과는 크기나 효용성 등에서 비교가 되지 못했다.
맥산의 드림스테이션 시리즈가 '세계 최소형 PC'라는 것은 이미 지난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기계 전문 박람회 '세빗 2002'에서 확인됐다. 컴팩트 PC를 기대하는 시장의 흐름에 부응해 유럽과 대만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소형PC를 잇따라 선보였지만 가격과 크기, 성능면에서 맥산에 크게 못미쳤다. 자연히 바이어들의 관심도 맥산에 집중됐다.
드림스테이션 시리즈는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또다른 장점이다. A-200은 '신(thin) 클라이언트' '인터넷 터미널' 등으로 사용할 수 있고, A-300은 사무용으로 적합한 PC다. 기존의 컴퓨터 회사처럼 비싼 PC를 무작정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기능을 가진 PC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A-200과 A-300의 기능을 확대할 수 있는 확장형 A-210과 A-310도 나와있다.
A-400과 A-500은 일반 멀티미디어 PC 보다 크기가 훨씬 작고 속도가 좀 더 빠를뿐, CD롬 드라이브를 포함해 똑같은 기능을 갖췄다. A-400은 펜티엄3를, A-500은 펜티엄4 CPU를 채택했다.
드림스테이션 개발완료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유럽, 중국, 일본 등지의 바이어들이 각 지역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잇따라 요청하는가 하면, 국내 대형유통사들도 상당액의 수익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독점적 지위를 요구했다.
몇몇 국내 대기업은 ODM(Original Developement Manufacturing)으로 제품을 공급하면, 자사 브랜드로 판매해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 서울.경기지역 상당수 학교들이 낡은 PC를 값싸게 업그레이드하는 방편으로 맥산의 드림스테이션을 채택, 이 제품은 샘플 형태로만 500여대가 판매됐다.
수많은 제의에도 불구하고 맥산은 완제품 수출이 힘든 중국의 경우를 제외하고 어떤 해외 바이어들에게도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 국내에서는 대기업이나 대형유통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영업망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이달 초 맥산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할 맥산컴퓨터가 법인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쉬운 길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곧 대기업이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석권할 것이다'는 비판과 우려의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역기업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맥산컴퓨터도 지역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백광 맥산시스템 대표의 설명이다.
맥산시스템은 드림스테이션 부문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150억원의 매출을 무난히 달성, 지난 해 보다 3배 이상의 매출신장이 예상된다. 또 맥산의 매출은 국내 주요 대기업과 해외수출 등 안정된 부문에서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맥산은 지역업체로는 드물게 오는 11월말 미국 라스베이거스 '컴덱스' 전시회에 참가할 계획이고, 11월 6~8일 대구엑스코에서 예정된 'ASPA총회기념 벤처특별전'에도 출품해 세계 최소형 컴퓨터를 지역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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