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金泉도'특별재해지역'으로

극심한 수해가 난지 나흘이 지나도록 행정당국의 지원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자 참다못한 수해지 주민들이 정부를 성토하는 분노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3일 안동의 한 농민은 경운기를 몰고 대구~안동간 국도 4차로를 역주행하는걸 순찰중인 경찰에 의해 제지됐으나 그 농민은 "빚내 지은 고추농사를 망쳐 희망이 없어졌다"면서 "지나가는 차에 받혀 죽고싶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상주 모동면의 농민은 "마을진입로가 유실돼 포도출하를 못한다"면서 복구장비 우선지원을 요구하다 면사무소에 불을 지르려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번 수해에 처한 수재민들의 참으로 딱한 처지를 대변하는 단적인 두 사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불법행위를 두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지를 우리는 차분히 생각해봐야 한다.

도대체 정부수립 이후 50년이 넘도록 그 많은 수해때마다 구성된 중앙이나 지방의 재해대책본부가 제대로 기능을 한게 뭐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저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피해집계나 하는 일 이외에 한일이 뭐가 있는가. 참으로 한심하다. 그러니 나흘이 지나도 피해집계조차 제대로 안되니 복구는 커녕 구호조차 우왕좌왕이다.

일단 국가 비상사태인 큰 재해가 났다하면 건설교통부 주관의 재해대책본부는 피해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강구, 말단 지방조직에까지 체계적으로 전달돼 그게 현장에서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 지방정부도 지역에 따라 현장파악을 최우선으로 해야하는데 이게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이러니 모든게 두절된 상태에서 라면 1봉지로 하루를 보낸곳이 있나하면 일부에선 구호품들이 그냥 남아도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현상'이 전국 수해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구난시스템에 구멍이 크게 뚫린 셈이다.

이러니 정치인들이 수해현장에 와 거들려고 하니 "매년 되풀이 되는 물난리를 국회의원들이 끝내게 해줄 수 없느냐" "정치 싸움이나 하지 여긴 왜 왔느냐" 등등 성난 민심들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 수해에서 강릉 다음으로 그 피해가 큰 '김천지역'은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하는게 당연한데 제외될 낌새까지 있어 자칫 '정부의 오판'이 어떤 결과를 빚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지금부터라도 현장중심의 내실있는 구난체계를 펴 '성난 민심'을 달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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