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만화와의 '사제 동행'

프랑스의 만화이론가 프랑시스 라카생은 만화를 '제9의 예술'이라고 규정했다. 본격적인 만화는 19세기부터 창작됐지만, 기원전 3000년 경 이집트의 '사자의 서'에 그 흔적이 나타나며, 분명히 '당당한 예술'이라고도 주장했다.

사실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만화(애니메이션)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 문화산업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그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나 실상 만화만큼 창조적 상상력 형성에 자극을 주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도 대학에 만화 관련 학과들이 잇따라 생기고, 만화학회.만화평론가협회 등도 출범했다. 근년 들어서는 멀티미디어 붐을 타고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애니메이션 열풍이 일면서 '문화적 사생아' 신세에서 벗어나고 있는 추세다.더구나 어떤 문인은 만화가 자신의 '문학의 뿌리'라고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최근 한 4년제 대학이 만화 소책자를 교재로 채택해 화제다. 국민대는 이번 2학기 정외과 학부.대학원에 '사제 동행(師弟 同行) 세미나' 과목을 개설, 영주 소수서원(紹修書院)을 소재로 한 '만화로 보는 민족 교육의 산실 소수서원을 찾아서'를 교재로 쓴다고 한다.

대학 정규 교육에서 '사제 동행'의 깊은 의미와 대의명분의 선비정신을 되새기는 데 이 서원의 역사를 비롯 선비정신의 참뜻, 유교의 발자취 등을 담은 32쪽의 만화 소책자가 빛을 보게 된 셈이다.

▲영주군 순흥면 내죽리에 자리잡고 있는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으로 알려져 있다. 1541년(중종 36)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周世鵬)이 이듬해 이곳 출신의 유학자 안향(安珦)을 배향하기 위해 사묘를 설립했고, 1543년 유생 교육을 겸비한 백운동서원을 세운 것이 그 시초다.

다시 그 이듬해 안축(安軸)과 안보(安輔)를 추가 배향했고, 1548년 풍기군수로 온 퇴계 이황(李滉)이 사액과 국가의 지원을 요청, 그 뜻이 이뤄져 1550년 지금의 이름으로 자리매김했었다.

▲이 서원은 퇴계가 배출한 400여명의 제자 가운데 300여명이 공부한 곳일 뿐 아니라 성리학이 집대성된 르네상스의 현장이며, 조선시대 사학(私學)의 중심 기관으로 그 빛을 뿌렸으므로 오늘에 새롭게 조명될 만하다.

국민대는 2000년부터 학부제 실시 이후 전공이나 학과에 대한 소속감이 희박해진 학생들에게 교수와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수업을 보다 창의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사제 동행 세미나'를 개설, 호응을 얻어 왔다 한다. 아무튼 만화와 함께 하는 '사제 동행' 수업이 시사하는 바 의미는 신선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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