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환경에 처해있는 문화재에 대한 보존방법을 오늘날의 공학적.예술적 기준만으로 판단할 때 자칫 오류를 범하기 쉽다. 경주 석굴암을원형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예술적 가치나 건축적 의장성 뿐만 아니라 창건당시의 석굴 실내 환경조절 수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토를 감안한다면 180여 굴의 석굴은 중국의 3,500, 인도의 900여 굴에 비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뿐만 아니라뚫기 쉽고 조각하기 좋은 인도나 중국의 사암이나 흑대리석 석굴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산은 대부분 암질이 화강암이라 암석을 뚫어 석굴을만들기가 아주 힘들다. 이러한 악조건에서 조영된 한국 고유의 인공석굴과 그 보존방법의 우수성은 충분히 주목받을만하다.
인공석굴을 창건함에 있어 호국불교를 신봉했던 신라인들은 왜구를 불력으로 막기 위해 석굴의 위치와 방향을 동해구가 잘 보이는 곳에 동향으로 두게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여름이면 동해에서 불어오는 엄청난 해무의 영향과 겨울이면 실내외 온도차로 발생하는 결로의 피해가불가피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석굴 전면에는 광창과 환기공을 설치하여 자연환기를 도모하고 석굴 외부는 일사가 잘 닿는 형태로 축조하였을 것이다. 이는 토함산 석굴보다 약 100여년 늦게 도선(道詵827~898)에 의해 축조된 경남 사천의 천왕산 인공석굴 외부형태에서 유추할 수 있다.
1913년 일본 강점시대에 원래는 육각평면형의 기와지붕 한 겹만이 덮여져 있던 인공석굴을 완전히 해체하고 콘크리트 돔 구조로보수하면서 오히려 습기 방지에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말았고, 광창을 제거함에 따라 실내 환경조절 기구의 기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이 후 전실앞 목구조물 건립으로 외기의 흐름이 차단되어 결로 방지책으로 기계장치에 의한 실내기후 조절 방법을 채택하기에 이르렀고, 1974년부터는 유리벽을 설치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연중 실내온도 20℃와 습도 50%로 유지하게 되면서 원래 한국 고유의 인공석굴 축조 조영방식에 사용되었던 실내환경조절 기술은 소멸되고 말았다.
이왕에 석굴암 훼손 방지를 목적으로 모형관을 건립한다면 우리나라 고유의 인공석굴 실내환경 조절 수법의 우수성을 재발견하여 문화재 보존에제3의 오류를 남기지 말았으면 한다.
영남이공대교수.경북도 문화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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