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회가 시끄럽다

대구의 몇몇 교회가 크고 작은 내홍을 겪고 있다.이들 교회의 일부 신자들이 도덕성, 금전적 문제 등을 이유로 담임목사의 사임을 요구하고, 이를 반대하는 신자들과 충돌을 빚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이같은 현상은 최근 몇년동안 지역 교회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성직자의 세속화와 성직자 위상변화 등 달라진 세태를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한 교회는 올해초부터 목사의 거짓말과 도덕성 등을 문제삼아 사임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또다른 교회는 올초 불거진 수당 편법 수령을 계기로 목사 사임 여론이 일면서 내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교회의 경우 장로들이 신뢰성 상실, 특정인 편애 등을 이유로 나가줄 것을 요청하자, 목사가 거액의 사임전별금을 요구, 말썽을 빚고 있다.

3,4년전부터 대구지역에는 신자들과 목사가 충돌, 목사가 사임하거나 다른 교회를 설립해 갈라지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한 교회 관계자는 "예전부터 쭉 있어온 현상이긴 하지만, 요즘 대구지역은 원로목사의 퇴진 등 권위의 공백, 특유의 보수적인 분위기 등으로 인해 다른 곳에 비해 유독 심한 것 같다"면서 "목사와 장로들이 충돌하면 애꿎은 신자들만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목사들과 장로.집사 등 신자들의 의견은 다소 다르다.

한 목사는 "오래된 교회에서 사목하는 목사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기득권을 고집하고 권위적인 장로나 집사들에 둘러싸여 제대로 처신하기 쉽지 않고, 아차 잘못하다간 쫓겨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로는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위임제도가 잘못돼 있다. 이때문에 목사가 몇년만 지나면 신자들을 휘어잡으려 하고, 합의가 아니라 모든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려 한다. 일부 목사는 더 좋은 교회가 있으면 맘대로 나가고, 사임 압력을 받으면 위임을 주장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지역교회가 시대변화의 추세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정확하다. 이제부터 목회자와 신자간의 관계, 목사초빙,교회운영 등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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