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金炳淵.1807~1863)은 술맛있는 곳을 따라 팔도강산을 방랑한 흔적도 있다. 김천의 과하주(過夏酒), 선산의 약주(藥酒) 등을 음미하며 세상을 풍자하고 조선조 양반사회의 허상 등을 읊조렸다고 한다. 서양에서도 술과 관련한 일화는 동양수준이었는가 보다.
'보들레르'는 "근로는 나날을 풍요하게 하고, 술은 일요일을 행복하게 한다"고 할 만큼 줄창 마셔댔는지도 모른다. 술에 대한 예찬은 이어진다. "술과 인간은 끊임없이 싸우고, 끊임없이 화해하고 있는 사이 좋은 투사와 같은 느낌이 든다. 진 쪽이 항상 이긴 쪽을 포옹한다"고 했다.
▲연세대학교가 이번 2학기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술과 주조(酒造)공장 견학'이라는 강좌를 개설해 관심을 끈다. 강의방식도 세미나 형식이어서 신입행들의 다양한 의견개진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목인 이 강좌는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을 시도한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이런 이색강좌는 다양한 정보에의 접근욕구에 대한 충족이기도 하고 갈수록 다양해지는 사회현상의 대비가 아닌가 싶다. 대구.경북지역 대학의 당구.장례.풍수(風水).카지노 등 강의와 이 '주도(酒道)' 관련 강좌는 우리 실제 생활과 밀접한 강좌가 아닌가 싶다.
▲술 중독은 가족은 물론 이웃에게도 피해를 주는 악성 정신질환이다. '에디슨'은 술이 주는 폐해 때문에 "나는 내 두뇌를 술보다 좋은 면에 쓰고 살았다. 나는 내 생(生)의 힘을 증가시키는 것만을 생각하였지, 그 힘을 감퇴시키거나, 마비시키거나 하는 일은 엄두 낼 여유가 없었다.
나의 적이 되는 술 같은 것에 두뇌를 빼앗기는 일을 절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술에 대한 '러셀'의 경고는 훨씬 자극적이다. "음주는 일시적인 자살이다. 음주가 가져다주는 행복은 단순히 소극적인 것, 불행의 일시적인 중절(中絶)에 지나지 않는다"며 술의 유혹을 물리칠 것을 강력 권유하고 있다.
▲술은 처음 배울 때가 중요하다. 잘못 배우면 평생 주사(酒邪)때문에 주위의 눈총을 받기 마련이고 술자리 동석(同席) 초청도 받지 못하는 외톨이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 주위에서 술 때문에 패가 망신하는 숱한 일들을 떠 올리면 연세대 주도 관련 강좌 개설의 순기능(順機能)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생활에 활력소도 될 수 있다는 술, 대학생들이 바르게 마시는 방법의 터득은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시는 한국적 현상'이 바로 잡혀야 가능할는지도 모른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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