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曺시장은 두리뭉실형?

"난처한 질문이네요".

대구시장 취임후 첫 시의회 시정질문에 출석한 조해녕 시장이 의원들로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4일 답변에 나선 조 시장은 오전부터 무려 6시간 동안 낙동강 프로젝트와 위천 국가단지 지정, 행정구역 개편 등 향후 시정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답변 대부분이 질문에 대한 핵심이나 집행부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보다는 상황 설명과 배경 논리에만치중,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의원들은 조 시장 답변에 대해 잇따라 의사 진행 발언을 신청, '답변이 두루뭉실하다' '설명인지 답변이지 구별이되지 않는다' '강의는 그만두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며 답변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조 시장은 예산 문제를 들며 낙동강 프로젝트의 현실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10여분 동안 60년대 경제개발 시대부터 미래 발전상까지 거론하다 의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조 시장은 또 의원간 이해관계가 걸린 행정구역 개편은 "백년대계를위해 함께 연구해 보자"는 식으로 답변을 때웠다.

이날 질문에는 무려 11명의 의원이 나섰으며 지난 3대와 달리 시장 호칭에 '님'자를 빼고 '시장께서'라고 통일, 달라진 분위기를 보였다.

이같은 조 시장의 답변 자세는 7년 동안 문희갑 전 시장 답변에 익숙해 있던 공무원들 사이에도 화제를 낳았다.

문 시장은 '핏대'라는 별명에 걸맞게 직설적인 어법과 강한 어투로 자신의 입장을 명쾌하게 밝혀 의견 대립을 보이는의원들과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설전을 벌이곤 했지만 조 시장은 시종일관 조용한 말투와 미소로 답변을 이어갔다.

어휘 구사도 '너무 뻣뻣하다'는 평을 받았던 문 시장과는 달리 조 시장은 '간곡히 부탁드린다' '진심어린 마음으로'이라는 표현 등을 자주 사용했다.

시정 답변을 지켜본 공무원들은 "솔직히 시정 질문의 김이 빠진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솔직 담백한 맛은 있다"며 "예전에는 문 시장이 주도권을 행사했지만 앞으로는 분위기가 영 달라질 것 같다"며 총평을 내렸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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