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영화 '죽어야도 좋아'등급논란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가볍게 붙잡고 여자는 남자 저고리 깃을 쓰다듬는다.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맞댄다. 카메라는 한쪽 얼굴만클로즈업하여 상대는 뒤 꼭지만 보인다… 영화 속의 화려한 키스의 제작순서다. 사실이지 두 사람의 입술을 동시에 요구하는 샷이 아니면 직접키스는 하지 않는다.

촬영장의 야한 러브신도 마찬가지. 얼굴 따로 몸 따로 촬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미건조하기까지 하다. 그래서다. 주요부분을 가리지 않고 섹스신을 찍었다. 실제 정사가 이루어졌다… 는 영화사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마케팅전략으로 보면 틀림이 없다.

영화는 영상, 음향, 스크립과 함께 연기를 종합하여 만들어지는 것. 한치의 애드립도 허용하지 않는다. 미리 계획한 순서에 따라 배우와 감독과 스텝의 기교와 기술을 바탕으로 완성되는 것이 영화다.

요즈음 충무로는 70대 노인의 실제 신혼생활을 그린 영화 '죽어도 좋아'의 '제한상영가'등급 재결정으로 인한 논란이 한창이다.7분간의 롱테이크 중 성교장면의 성기노출과 구강성교가 18세 이상이 관람하기에 해로운가 그렇지 않은가 때문이다. 꼴리는가 아닌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사람은 성기를 보면 무조건 꼴리는가. 구강성교를 보면 누구나 유해한가. 아니다. 흘러내리는 베이비 오일, 숨을 끊는 듯한트럼펫 멜로디, 양초, 그물 커튼, 어슬렁거리는 강아지의 모습들에도 사람들은 말초신경을 자극 받는다. 눈가리개, 남장한 여성, 람바다 테이프, 채찍, 수갑, 레즈비언의 유희를 담은 포스터가 숨막힐 듯 에로틱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섹스박물관은 시청 근처에 있다. 대낮에도 입구에 횃불을 밝혀 관람객을 자극한다. 성기나 섹스비디오는 주요상품이 아니다. 환타지로 관람객을 유인한다. 영화는 환타지를 관객에게 제공하여 호주머니를 노리는 산업. 실제보다 부풀려지거나 왜곡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죽어도 좋아'는 아니다. 일상을 사는 노인의 성(性)이 중심인 실제이야기다. 18세 이상이 관람하면 심하게 꼴려 문제를일으키는 영화가 아니다. 성인전용관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제한상영가'로 등급을 매겨 상영자체를 막을 만한 영화는 더욱 아니다. 러브신의 공식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답고 결코 추하지 않은 것. 관객은 이 공식에 맞으면 몰리는 거고 아니면 돌아선다. 관객을 믿지 못하는가.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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