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보 빨라진 검찰수사-"병풍 감잡았다"

검찰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장남 정연씨 병역문제와 관련된 핵심 참고인들을 줄줄이 소환하는 등 외견상 주요 쟁점 규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지지부진해 보였던 그간의 수사과정에서 뭔가를 찾아낸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검찰은 5일 정연씨의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 의혹과 관련, 김길부 전 병무청장과 전태준 전 의무사령관, 김 전 청장의 전 비서 김모씨 등을 소환, 97년 대책회의를 열어 정연씨 병적기록표 위.변조 및 신검부표 파기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검찰은 당초 여춘욱 당시 병무청 징모국장과 김 전 청장의 전 비서실장 박모씨도 이날 소환할 예정이었으나, 여씨는 본인 의사에 따라 6일 부르기로 했고 박씨는 연락이 안되고 있어 소재를 찾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대책회의' 관련자들을 한꺼번에 소환함에 따라 검찰 주변에서는 이들을 추궁할 정도로 밑조사가 진전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검찰은 김대업씨와 함께 지난달 두차례 소환됐던 김길부씨의 전 비서 김씨 등에 대한 조사에서 김길부씨가 정치권 인사들을 잇따라 만난 정황을 일부 포착, 당시 대화내용 등을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대업씨가 대책회의 참석자로 지목한 한나라당 K, J의원, 이 후보의 동생 회성씨 등도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조사방법을 검토중이다.99년 군검찰의 정연씨 병역면제 내사 여부에 대한 검찰수사도 행보가 빨라지고있다.

검찰은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했던 인물 중 내사가 있었다는 주장을 펴온 이명현 중령과 유관석 소령을 불러 조사한데 이어 김현성 판사와 남성원 군판사를 상대로 전화조사를 벌여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또 내사사실을 부인해온 전 검찰부장 고석 대령과 당시 군검찰 사무과장 박모씨도 소환, 내사 여부와 관련 기록을 보관해왔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고 대령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업씨로부터 정연씨 병역문제를 보고받았는지, 유 소령에게 정연씨건을 얘기했는지 등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고 대령 주장의 모순점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연씨 병적기록표상의 의혹과 '김대업 녹음테이프'의 진위 등 정연씨의 병역면제 과정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필적 및 인형(印形) 감정 등을 통해 병적표의 위변조 여부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한 끝에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대체적인 윤곽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병적표의 이상 여부에 대해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검찰은 또 녹음테이프는 1차 성문분석에 이어 '원본'을 제출받아 2차 분석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테이프 분석 결과와 상관없이 정연씨 면제에 개입했다고 김대업씨가 주장한 육군헌병 출신 변모 준위를 곧 소환키로 했으며, 박노항 전 원사를 상대로 이런 사실이 있는지 등을 확인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너무 앞서가지 말고 며칠만 기다려보라"고 말해 수사가 예상보다 더 진전돼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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