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대표 자료공개 요구 교육청 "성적저하 아니다"만
대구지역 고교생들의 학력 저하와 그 원인이 되는 학교간 학력 격차 문제를 대하는 대구시 교육청의 모습이 갈수록 볼썽사나워지고 있다.지난달 23일 본지가 전국 최고 수준이던 대구 고교생들의 학력이 부산, 광주에 뒤처지고 여기에는 지역 내 고교간 극심한 학력 차이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자료를 보도한 뒤 교육청에서 처음 들은 얘기는 "자료를 누가 제공했느냐"는 것이었다.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보다는 언론에서 공연히 문제삼아 시끄럽게 만든 범인(?)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인상이었다.이후에는 보도에서 인용된 통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청에서 분석하고 있는 자료와는 차이가 있으며 사실을왜곡한 보도"라는 것.
인용된 통계는 4개의 평가를 근거로 했다. 첫째는 지난해 수능시험 결과 분석자료로 시교육청에서 만든 것이므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음으로 지난 4월과 8월 치러진 모의고사 결과. 이는 교육청에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일선 고교에서 집계,분석한 것을 인용했다.
교육청의 자료가 어떤 것이기에 일선 고교의 분석과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없다.마지막으로 지난 7월 모의고사 분석자료. 시교육청은 여기에 대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대구 학생들의 성적이 중위권으로 추락했다는 보도는 과장된 것이라며 상위 등급 학생들의 전국 점유율을 일례로 제시했다. 고1의 경우 1등급 인원이 전국의 13.29%이며 고2 인문계는 1등급이 12.17%, 고3 인문계는 12.42%나 된다는 것.
지난달 31일 오전10시30분 고교 학부모 대표 19명이 시교육청을 찾아와 교육감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은"대구 학력이 저하됐다는데 어느 정도인지 공개해달라", "지역별, 학교별 학력 격차가 심각하다는데 학교별 성적을 보여달라", "고3생들은모의고사를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제한하지 말아 달라" 등의 요구를 내놓았다.
신상철 교육감은 이에 대해 위의 근거를 제시하며 전체적인 성적이 저하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학교별 성적 격차가 다소 큰 것은사실이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수 인력 배치, 지원 강화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의고사 제한에 대해서는 시·도 교육청주관 학력평가로도 학생지도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양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면담을 마친 학부모들은 "1등급, 2등급이 많은데도 평균 점수가 떨어진 것은 어찌된 거냐" "학교별 격차가 있다면서 성적을 공개할 수 없다니 문제가 심각하긴 한 모양"이라며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면담 소식을 전해들은 고교 관계자들은 "학력 저하와 학교간 학력 격차는 대다수 학교에서 공감하는 문제인데 핑계를 늘어놓고책임을 회피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고교 교장은 "필요하다면 실정을 털어놓고 가급적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교육청의 대승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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