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상처는 컸지만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 덕분에 아픔은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이번 주말 김천.성주 등 경북의 태풍피해지역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연인원 17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작업에 나선다.
경북도 '수재민돕기 범도민 한마음운동본부'의 집계에 따르면 7일 310개 기관단체에서 8만503명이 수해현장을 찾았고,8일에는 9만148명이 자원봉사에 나서겠다며 도청 및 각 시.군 자원봉사센터에 사전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이들 자원봉사자 중에는 군인.공무원.학생이 1만~1만5천여명에 이르지만, 대부분은 민간단체 또는 개인.가족 단위로 수해복구에 나서려는 사람들이다.
대구 범어동에 사는 주부 박상순씨는 "직장 때문에 일요일 혼자서라도 김천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도청에 문의해왔고, 김천에 사는 한 주민은 "함께 삽을 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다"며 장갑 500켤레를 익명으로 보내왔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남 김해시 새마을부녀봉사대 20명도 지난 수해때 입은 도움을 갚겠다며 김천 구성면을 찾아 빨래와 설거지를 도왔다.
구미지역 대기업들도 팔을 걷어부쳤다. 삼성과 LG그룹은 토요휴무로 쉬는 7, 8일 이틀간 임직원들이 참여해 피해지역의 가재도구 청소, 쓰러진 벼세우기 등 봉사활동에 비지땀을 쏟고 전자제품 수리서비스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대학생들도 '수활(水活)'에 동참하고 있다. 경북대 총학생회 20여명은 7일 매년 농활을 가던 의성 단밀.다인면에서수해 복구를 도왔고, 영남대.계명대.대구가톨릭대와 경북전문대 등 지역 대학들이 김천.의성.영양 등지에서 노력봉사에 나선다.
김천 수해복구에 참여했던 이상섭씨는 도청 인터넷 게시판에 남긴 글을 통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침수된공장의 사장님 얼굴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보며 오히려 행복감을 느꼈다"며 "서로 함께 어울려 땀방울을 흘려보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데는 도청과 각 시.군의 발빠른 대응도 한 몫했다. 경북도는 홈페이지에 '이번 토.일요일에는수해현장으로 자원봉사를 떠납시다'라는 별도의 창을 띄웠고, 전화 신청자들을 각 시.군과 연결해주고 있다. 성주군청은 아예 초기화면에 '수마가 할퀴고 간 현장'의 동영상을 띄워 처참한 모습을 공개했다.
김장주 경북도 새마을과장은 "자원봉사자들은 개별식사는 물론 장화.장갑.삽 등 복구작업에 필요한 장비는 직접 챙겨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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