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에서 한일월드컵의 영광을 재연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 이후 새로 출범한 한국 대표팀은 데뷔전인 북한과의 통일축구대회에서 0대0으로 비겨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은 친선경기로 승부를 떠난 화합의 마당이긴 했지만 월드컵 4강 신화의 감동이 남아있고 부산아시안게임에 대비한 전력점검의 의미가 담겨 있는 만큼 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했으나 만족할만한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프로축구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동국과 김은중(대전 시티즌), 월드컵대표 이영표와 최태욱(이상 안양 LG), 최진철(전북 현대), 이운재(수원 삼성)가 포함된 대표팀은 정예멤버였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최태욱과 이영표의 측면 돌파를 앞세운 한국의 공격은 수비수 3명에서 2명이 빠르게 가세하는 북한의 기민한 수비에 막혀 공격의 루트를 찾지 못했다.
중앙 공격수 김은중과 이동국은 상대의 밀집 수비 속에서 공간을 만들지 못했고 미드필드진도 상대를 압박하지 못한 채 한번의 긴 패스로 최전방에 연결하는 단조로운 공격을 펼쳤다.
최진철-박요셉-조성환으로 짜여진 스리백 수비라인도 날카로운 크로스에 이어 2선에서 돌아들어 오는 북한의 전영철, 김영수 등을 번번이 놓쳐 위기 상황을 만들었다.
반면 북한은 문전처리 미숙 등 골결정적 부족을 드러냈지만 빠른 스피드와 '강철체력'을 앞세운 압박축구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3-5-2 시스템을 기본 축으로 공격수들의 위치에 수시로 변화를 준 북한은 톱니 바퀴처럼 맞물리는 완벽한 조직력속에 공수에서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공격진 대부분이 1, 2명은 제칠 수 있는 개인기와 드리블 능력을 보유한 북한은 빠른 공수전환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미드필드 또는 수비지역에서 볼을 차단한 뒤 감행하는 역습도 한국 수비진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전반 4분 처진 스트라이커 김영수가 한국진영 중앙에서 역습으로 이어진 볼을 받아 왼쪽 빈공간으로 찔러준 것을 전영철이 질풍같이 달려들며 잡은 뒤 슈팅으로 연결, 한국수비진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주장 리만철이 이끄는 수비는 힘과 투지로 미드필드부터 한국의 공격수들을 압박하면서 협력 플레이와 몸을 사리지않는 터프한 경기운영으로 공격을 차단하는가 하면 제공권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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