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 들어 한국 영화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취화선' 등으로 작품성과 흥행에서 큰 성과를 낳았다. 국내 영화 점유율이 연 40%에 이르는 등 영화산업의 여건이 호전되고, 우리 영화의 정체성과 한국적 영상미학의 추구로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강한 조명을 받고 있다.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 '독립 영화' 등이 호평을 받는가 하면, '디지털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더구나 해외에서 점화된 우리 영화의 열기(한류)는 국내로 옮겨 붙어 제작과 흥행, 국제 무대 진출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특히 세계적인 영화제를 통한 도약은 주목할 만하다. 1987년 강수연씨의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시작으로 신혜수 강수연 심혜진 이혜숙 오정혜 이덕화 김호정 장진영씨 등이 몬트리올.모스크바.낭트.몬트리올.상하이.로카르노.판타스포르토 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했으며, 지난 5월에는 칸 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감독상을 수상해 우리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8일 막을 내린 제5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이 감독상을, 주연 여배우 문소리씨가 신인배우상을 수상해 한국영화사 100년에 길이 남을 쾌거를 낳았다는 낭보가 들린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기는 처음이며, 문씨의 수상은 강수연씨에 이은 영예지만 이때만 해도 한국의 토속적 정서에 대한 호기심과 오리엔탈리즘 덕분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한국 영화의 앞날을 밝게 해주는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로 꼽히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영예를 차지한 '오아시스'는 한국적 전통에서 탈피한 작품일 뿐 아니라 이창동씨가 '신인급'을 막 벗어난 감독이라는 점에서 종전의 메이저급 수상과는 또다른 의미를 안겨준다.
'취화선'의 수상은 빼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통성에 대한 배려와 임권택 감독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뜻이 담겨 있었으므로 영화 자체로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 출신인 이씨는 이미 영화 '초록 물고기' '박하사탕' 등으로 우리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감독이며, '오아시스'는 철없는 전과자와 순수한 중증뇌성마비 여인의 사랑을 다룬 영화로 캐릭터에 대한 뛰어난 관찰, 극사실적인 인물 묘사, 정교한 내러티브, 시대에 대한 성찰 등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그는 '지금 여기가 오아시스지만 다시 사막으로 떠나겠다'고 소감을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이같은 자세는 한국 영화의 내일을 기약하는 의지로 받아들여도 좋을 듯하다. 이번 수상이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