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 은평구 갈곡리 '갈사모'의 놀이터운동

"내가 우리동네를 바꿀 수는 없을까?"

주민들과 공무원의 노력으로 놀이터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예가 있다. 서울시 은평구 갈현1동 갈곡리 놀이터는 2년 전만해도 재활용쓰레기가 쌓여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곳이었다. 인근 주민들은 수년간 민원을 넣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놀이터 문제 해결을 위해 5명의 동네사람이 '갈곡리를 사랑하는 주민모임'(이하 갈사모)을 결성하고 서명운동을 벌였더니 500여명의 주민이 동참했다. 이에 힘을 얻어 놀이터에서 갈사모 발족식을 갖고 홍보게시판도 붙였다. 어린이 사생대회,가족영화제를 열어 놀이터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동네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자 이를 지켜본 구의원이 놀이터 공사를 발의했다. 이것이 통과돼 1억원의 예산이 나오리라는 것은 갈사모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것을 시작으로 갈곡리 놀이터 바꾸기는 급물살을 탔다. 주민 공청회를 열어 놀이터 설계도를 검토하는 등 모든 것을 동네 사람들이 함께 결정했다. 놀이터 벽에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타일 벽화 30장을 붙이고 바닥에는 아이들의 손도장과 이름을 새겼다. '우리 놀이터'라는 애정이 싹트는 것은 당연지사.

이제 놀이터는 그네, 시소 몇 개 있는 공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놀이의 터'가 됐고, 35명으로 늘어난 갈사모는 자발적으로 공원을 청소하고 동네 바꾸기에 앞장섰다. 올들어 '부모 역할훈련' 강좌, 동네알기 지역답사, 영화제를 개최했다. 가을에는 마을잔치를 열고 '갈곡리 소식지'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면서 사람냄새나는 동네로 만들어볼 예정이다.

열린사회은 평시민회 삶터가꾸기 최순옥씨는 "뜻있는 사람들이 조금만 움직이면 놀이터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면서 "내가 사는 동네에 관심을 가지고 움직일 때 살기좋은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시 강북구 미아3동에도 주민모임 '토박이'가 만들어졌다. '문화가 있는 놀이터를 만들자'란 목표로 놀이터를 중심으로 작은 문화 가꾸기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마을을 사람냄새나고 살맛나게 바꾸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몫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놀이터, 담장없이 확 트인 골목길. 얼마나 신나는 상상인가. 이제 우리가 바꾸는 일만 남았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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