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부철인 심흥상.김정숙씨 부부

2002년 8월 25일 강원도 속초. 세계 트라이애슬론 연맹이 공인한 국제아이언맨 철인3종경기 대회에서 심흥상(38).김정숙(35)씨 부부는 각각 11시간33분46초, 13시간41분18초로 결승점에 골인했다. 대구 최초의 부부 철인(鐵人)이다.

아직 저변이 넓지 않은 국내 철인3종경기 인구에서 부부가 나란히 철인에 오르기는 매우 힘드는 일.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을 합해 총 226.2㎞를 쉬지 않고 달리는 일이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충동과 극한 고통을 이겨내고 이들은 완주해냈다. 부부 철인으로 공식 기록되는 순간이다.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의 그 상쾌함. 그 묘미는 도전해본 사람만이 안다.

심씨 부부가 철인3종경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지난해 5월. 5년전부터 아이들과 매일 새벽 수영으로 몸을 다져온 것이 계기였다. 자연스레 관심이 마라톤과 사이클로 이어져 철인3종경기는 이들 부부의 도전의 대상이 됐다.

수영대회에서 우승 경력이 있는 부인 김씨도 따라나서면서 이제는 둘도 없는 동반자가 됐다. 지난해 봄부터 본격적으로 첫 대회 출전을 준비했다. 하루 3-4시간씩 꾸준히 연습한 결과 무주 올림픽 코스와 철원 하프코스를 완주하면서 3종경기는 이들 부부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북구 태전동 대구병원 옆 대구슈퍼. 직장생활을 접고 독립해 8년째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평소 가게 일이 바빠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서로 시간표를 짜서 아내와 교대로 훈련에 나선다.

지난 속초대회때는 두 사람이 나란히 출전한 탓에 나흘동안 가게 문을 닫았다. 김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 정리를 끝낸 후 주로 오전 시간에 연습을 한다. 가게를 남편에게 맡기고 나름대로 세운 일정대로 꾸준하게 연습으로 몸을 다진다.

오후 시간은 남편 심씨의 훈련시간. 이따금 대구철인클럽 회원들과 안동까지 국도를 이용, 사이클로 왕복하는 공동훈련에도 나선다.

혼자하기보다 남편과 함께 보조를 맞추니 힘이 덜 드는 느낌이라는 김씨는 "3종경기를 시작하고부터 부부간 대화시간도 많아졌다"고 털어놓았다. 연습, 경기와 관련한 이야기가 이들 대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 철인3종경기를 시작하고부터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꾸는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올해 4월 가입한 대구철인클럽 활동도 훈련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개인적으로 훈련할 때는 정보도 없고, 경험도 부족해 많은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경험많은 회원들이 옆에서 내일처럼 도와주니 힘이 난다. 60명의 회원 중 여성은 김씨를 포함해 모두 4명.

여성들이 많지 않아 김씨는 못내 아쉽지만 여성회원들도 남성 못지 않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귀띔해준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얻은 3종경기 관련정보는 사소한 것이라도 메모해 두었다가 활용한다.

철인3종경기에 대해 김씨는 꾸준한 연습과 자기노력이라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힘들다고 하지만 못해낼 것도 없고, 어려운 고비를 참고 견뎌내는 인내심만 있다면 누구나 해낼 수 있는 운동이라는 말이다. 크게 욕심내지 않고 즐기면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는 10, 11월 춘천마라톤과 영남마라톤대회 준비를 위해 틈나는대로 연습에 몰입하고 있는 이들 부부는 나란히 해외 아이언맨 대회에 한번 출전해보는 것이 꿈이다. 3종경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저변이 더욱 넓어졌으면 하는 것도 이들 부부의 바람. 시작은 힘들지만 평생 할 수 있는 3종경기가 있어 이들 부부는 행복하다.

서종철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