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와 캐쉬'.
실베스터 스탤론이 강력계 형사로 출연했던 마약 범죄 영화의 제목이다. 형사 '탱 고'역을 맡았던 실베스터와 캐쉬 형사역을 맡았던 커트 러셀은 뉴욕경찰이 자랑해 온 엘리트 경찰관. 라이벌인 두사람은 로페즈란 범죄집단 두목 체포를 위해 경쟁 중 범인들의 범죄현장에서 거꾸로 마약밀매혐의로 체포돼 함께 감옥에 갇히게 된다.
민완 형사 두명을 순식간에 범인으로 뒤바뀌게 한 것은 1분짜리 녹음테이프. 마약 밀매를 협상하는 테이프 속의 대화 목소리와 탱고와 캐쉬의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일치한다 꼼짝없이 모략에 걸려든 두사람은 누명을 벗을 증거를 찾기 위해 탈옥 하고 마침내 범죄단에게 매수됐던 음성분석 전문가를 찾아내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첨단 음성합성변조기기를 갖춘 비밀 방음실에서 탱고와 캐쉬의 목소리 샘플이 미 리 저장돼 있음이 밝혀지고 문제의 테이프가 미리 저장된 음성과 똑같은 성문(聲 紋)으로 대화내용을 합성시켜 녹음한 테이프였음을 자백받은 뒤 혐의를 벗어난다 는 줄거리다.
김대업씨가 1차 테이프에 이어 이번에는 전 병무청장의 대책회의 관련 녹음테이프 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번 테이프에서도 목소리의 음성분석결과가 제대 로 나오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새로운 폭로테이프가 나올 상황이다.
김씨의 테이프 이야기 서두에 탱고와 캐쉬 영화 이야기를 끼워 넣었다고 해서 김 씨의 테이프가 영화처럼 음성변조 기술에 의한 변조나 조작일 수 있다는 뉘앙스를 주자는 게 아니냐는 오해는 없기 바란다.
적어도 기술적으로 녹음테이프상의 음성이나 비디오 영상의 변조나 조작은 변조한 기술자의 자백 없이는 쉽게 구별해내기 어려울 정도 수준의 첨단 디지털 시대에 와 있다는 사실을 영화가 시사해주고 있음을 말한 것뿐이다.
다이어트 광고들에도 '필터링'기법이나 HAL편집기 같은 첨단영상기기를 이용하면 화면조작이나 모델 얼굴의 솜털까지도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마음대로 조작이 가능한 시대다.
'백야3·98'이란 TV드라마에도 당시 안기부 요원역을 맡은 배우가 쓴 모자가 영화 속의 주제 설정과 맞지 않아 교체해야 했을 때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했었다. 모스크바까지 다시 돌아가 세트 설치하고 다른 모자를 쓰고 재촬영할 수가 없어 기존 영상 프레임마다 새로 모자를 CG로 변조해 넣었지만 시청자들은 감쪽같이 눈치채지 못했었다.
김씨의 제2차 테이프 제출 소식을 듣고 탱고 영화 이야기를 떠올려본 것은 테이프 내용이 사실이면 사실인 대로 이회창 후보의 정계퇴진과 법적책임을 당연히 물어 야 할 것이지만 반대일 경우에는 영화같은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어서다.
진실은 하나일텐데 서로가 서로의 주장과 양심을 불신·부정하고 있는 가운데 요 즘들어 끝없이 이어지는 갖가지 정치적 의혹의 다툼은 가뜩이나 믿음이 옅어져가 는 우리사회에 진실규명이란 공익 못잖게 불신풍조의 폐해도 키우고 있다.
명예가 목숨만큼 소중해야할 장교들의 말들이 서로 엇갈려 전과자와의 대질심문이 필요할 정도의 병든 사회가 돼가고 있고 마늘협상 은폐로 농민은 정부를 불신하 며, 동창회·향우회 단속 발상으로 정부기관은 국민을 예비범법자 수준으로 불신하려 든다.
야당은 특정 방송국을 여론조작 편파매체라고 불신하고, 축구경기장에서는 주최측 이 관중의 태극기를 뺏어가며 반통일세력인 양 민주시민의 사상마저 불신한다. 인 터넷에는 온통 비방과 모략과 헛소문이 넘쳐나고 야당후보 측근 등은 수십명이 계 좌추적을 당한다. 조직과 조직, 사람과 사람끼리 의심의 눈초리만 번득이면서 엿 듣고 엿보고 틈만 보이면 소송을 걸면서 서로서로 몸사리고 사는 세상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내나라 국민의 태극기를 빼앗는 장면에서는 누가, 왜,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신과 분열의 씨를 곳곳에 뿌리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런 불신들로 인해 국민들이 테이프 속에 뭣이 담겨 있든 내 알 바 아니다는 정도까지 총체적 불신 분위기로 가버리면 제2, 제3의 테이프가 나와도 병풍수사의 법정의는 의미가 없어 지게 된다.
서로 마주앉아 대화하면서 특수 녹음기를 이용하고 때가 될 때 슬며시 꺼내들고 남의 약한 곳을 공격하는 행동 그 자체가 '밥맛이다'는 게 대다수 국민 들의 건강하고 소박한 정서다.
그런 감정과 정서로 본다면 녹음된 자의 약점보다 녹음한 자의 '느끼함'에 더 불 신을 느끼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병역비리와 정치적 의혹들은 진실 그대로 투명하게 밝혀져야 하겠지만 진실을 캐는 다툼과 방법도 서로가 산뜻하고 깨끗했 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탱고와 캐쉬 그리고 김대업씨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어 떤 것일까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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